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 교체 소식이 처음 알려진 28일 오전 법무부와 대검의 검사들이 처음 보인 반응은 한결같이 “왜 바뀌었느냐?”는 것이었다.
지난달 말 개각 때 강 장관의 유임이 결정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강 장관이 ‘롱런’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졌다. 또 강 장관이 몇 차례의 인사 등을 통해 검찰 조직을 어느 정도 이해 또는 장악한 상태여서 앞으로 검찰 조직 개편 등을 본격적으로 실천할 것이라는 예측도 많았다. 이런 상태에서 강 장관의 갑작스러운 경질은 뜻밖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강 장관 본인도 28일 아침에 경질 통보를 받았다고 그의 측근은 전했다.
▽청와대가 말하는 ‘이유’=청와대는 강 장관이 1년5개월 동안 검찰 개혁 등 맡은 바 소임을 다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교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검찰 출신인 강 장관의 검찰 조직 장악력에 대한 문제도 경질의 이유로 거론됐다. 강 장관은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과 검찰인사 및 개혁을 둘러싸고 계속 긴장하면서 갈등을 빚어 왔다. 지난달에는 중앙수사부 폐지 문제에 대해 송 총장이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발언을 했고, 이 과정에서 강 장관의 조직 장악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진짜 이유는?=그러나 강 장관의 갑작스러운 경질은 이런 이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5월 말과 6월 초의 두 차례에 걸쳐 인사가 무난히 이뤄진 이후 강 장관과 송 총장의 갈등은 상당부분 해소된 상황이다.
검찰과 재야 법조계에서는 경질의 근본원인이 오히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강 장관의 관계 변화’에 있다고 분석한다. 여권의 한 인사는 “강 장관에 대한 노 대통령의 생각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생각이 결정적으로 바뀐 것은 제17대 총선 출마 문제였다고 한다. 당시 강 장관이 여권의 거듭된 출마 요청을 거절하는 과정에서 노 대통령이 강 장관의 충성심에 근본적인 회의를 품게 됐다는 것이다.
그 무렵 청와대에서는 후임 법무부 장관을 물색했으며, 김승규(金昇圭) 후임 법무부 장관도 대상에 포함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여권과의 ‘코드 맞추기’에도 이상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에 기소권을 주는 문제 등에 대해 강 장관이 여당보다는 검찰에 우호적인 논리를 펴는 과정에서 여권에서는 ‘강 장관이 과연 누구 편인가’라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결국 대개의 권력관계에서 그런 것처럼 강 장관의 갑작스러운 경질도 ‘충성심’과 ‘코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개혁은 어떻게 되나=강 장관은 최근 법무부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검찰 기소과정에서의 국민 참여방안’과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개혁 논의를 추진했다. 또 과도하게 집중된 검찰의 권한을 ‘슬림화’하는 개혁도 추진 중이었다. 강 장관의 도중하차로 ‘강금실식 검찰개혁’도 표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물론 검찰 출신의 신임 김 장관이 이를 이어받아 추진할 수도 있지만, 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업무추진 스타일과 검찰에 대한 철학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검찰개혁이 아예 중단될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부드럽고 온화한 김 장관의 업무스타일로 미뤄볼 때 검찰개혁 문제에서도 청와대 의중이 많이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이 자연스럽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