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군맥(軍脈) 탄생하나=군 장성들은 대부분 윤 장관이 그동안 멀어진 청와대와 군 관계를 좁히는 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그동안 군이 대통령의 ‘진보적 사고’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껴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기류가 실제보다 과장돼 청와대에 전달되는 바람에 다른 부처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개혁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피해의식이 군내에 없지 않다.
이와 함께 윤 장관이 대통령의 철학을 제대로 군에 접목시킬 경우 청와대로서도 큰 힘을 얻을 수도 있다. 우선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좌익편향 논란 △열린우리당 김희선(金希宣) 의원의 장성 폄훼 발언 △서해 핫라인 보고누락 문책 등으로 증폭된 ‘군(軍)-청(靑)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쪽의 기대다.
윤 장관의 취임이 노 대통령의 군맥 탄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시각도 있다. 학연 지연을 통한 인맥 형성은 힘들겠지만 윤 장관의 역할에 따라서는 소장파 장성들과 젊은 영관급 장교들을 친노(親盧) 세력으로 흡수해 ‘개혁 군맥’으로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해군 출신 장관의 도전=하지만 해군 출신의 두번째 국방장관인 윤 장관을 둘러싼 군의 상황이 그리 간단치 않다.
벌써부터 육군 중심의 국방부와 합참을 해군 출신 장관이 제대로 휘어잡을 수 있겠는가 하는 회의론이 만만치 않다.
실제 국방부와 합참 내 현역 장성 47명 중 32명(68%)이 육군이며 특히 장관이 직접 관할하는 국방부는 과장급(대령) 이상 현역 직원 62명 중 48명(77.4%)이 육군이다.
한 예비역 육군 장성은 “주한미군 감축 후 당장 급한 안보 공백은 지상군쪽이다”라며 “다음 장관이라면 모르겠지만 윤 장관이 임기 동안 갑자기 해공군에 매달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해군과 공군은 윤 장관이 현역 시절 군구조개선위원회(일명 818위원회) 기획처장을 맡아 육해공군 균형 발전을 깊이 연구한 만큼 ‘육군 편향’이 시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사전문가는 “대통령이 외교보좌관을 외교부 장관에,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을 통일부 장관에, 국방보좌관을 국방부 장관에 발탁한 것은 자신의 철학을 외교안보부처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며 “해군 출신인 윤 장관의 조직 장악력도 결국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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