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차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포함한 올해 예산이 지난해보다 1.7% 증가한 반면 내년 당정협의 예산은 올해에 비해 13.4%나 늘어났다.
또 복지 및 외교통일분야 예산 증가율이 사회간접자본(SOC)이나 산업분야 예산 증가율보다 훨씬 높아 국가경쟁력 제고라는 측면에서는 의문도 나온다.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올해 말 국가채무가 2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재정 건전성에 이미 ‘빨간 불’이 켜진 상황에서 대규모로 돈을 풀겠다는 정책은 논란이 따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성장’보다는 ‘분배’ 분야 증가율이 높아=정부 예산 시안(기금 포함)을 기준으로 사회복지 분야 지출은 37조8000억원으로 지난해(32조5000억원)보다 16.3% 늘어났다.
반면 성장과 밀접한 관계를 지닌 SOC 건설 분야 지출은 27조1000억원으로 2.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산업, 중소기업 분야 지출도 10조3000억원으로 2.7%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 임주영(林周瑩) 교수는 “사회복지 예산은 대부분 소모적 지출에 그치는 만큼 경기 부양이나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거의 없다”며 “이왕 재정 지출을 확대하려면 경제 체력을 강화할 수 있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획예산처는 당정협의안 자료를 통해 “전체 재정지출에서 사회복지 분야가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은 16.4%에 불과하다”며 “50%를 넘는 미국이나 영국에 비하면 사회복지 지출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설명했다.
▽재정 확대는 세금 부담 증가로=예산처는 작년 9월 ‘2004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1인당 조세 부담액이 318만원으로 2003년(300만원)보다 6.0%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예산 증가율이 1.7%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가율이 6.88배로 늘어나는 올해는 세금 부담이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거두는 지방세 부담도 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인 과세표준이 매년 올라가기 때문에 실제 세금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교육계와 산업계 반발 가능성=열린우리당의 총선 공약인 ‘교육재정 확충’과 ‘연구개발(R&D) 예산 확대’가 사실상 무산된 것도 눈길을 끈다.
열린우리당은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4.25%인 교육재정 비율을 2008년까지 6%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당정은 이 같은 공약이 재원 조달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 공약 이행 시기를 2012년까지 늘리더라도 매년 교육 분야 투자가 12% 이상 증가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
2008년까지 R&D예산을 전체 예산 대비 8%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공약도 이를 지키려고 할 경우 R&D예산을 매년 20%씩 증액해야 되는 등 현실적으로 재원을 조달할 방안이 없다는 이유로 ‘없었던 일’로 하기로 당정은 합의했다.
당정의 분석대로 현실적으로 재원마련 조달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교육계나 산업계에서는 불만이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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