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탈북자 암초' 직면

  • 입력 2004년 7월 29일 17시 30분


27일 북한 당국이 탈북자 468명의 집단 한국행을 한국 정부의 납치 테러행위로 규정하고 비난함에 따라 남북관계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이 오해를 풀고, 예정된 남북 교류협력 사업에 참여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468명의 자발적 한국행이 명백한 사안을 두고 '한국정부가 주도한 납치테러'로 비난한 것을 어떻게 주워 담고 향후 일정에 들어갈 수 있을지 해법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통일부 관계자는 "다음달 3일로 예정된 남북 장관급회담은 사실상 물 건너갔고, 이후 일정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이번 사건을 두고 공식반응을 보인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그동안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장수길 전 이집트 대사 등 고위인사의 망명에 대해서는 "배신자는 가라"는 수준의 비난 성명은 냈지만, 민간인 탈북자 문제는 침묵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탈북자 문제를) 거론해봐야 최악의 경제 및 인권상황을 시인하는 셈이어서 남북간 비공개 접촉에서조차 입에 올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탈북자 입국은 규모가 468명이고, 제3국에서 비행기 편으로 일거에 입국하는 등 이벤트가 연출됐다는 점에서 북한으로선 '대응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탈북자의 한국이송 시점이 미국 하원이 북한인권법안을 통과시킨 직후라는 사실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성명발표는 자충수가 될 공산이 크다"고 반응했다. 북한이 '수준 이하'의 주장을 펼수록 북한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한국 정부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난처한 사안에 대해서 추상적인 표현을 써 온 관례와 달리 △도적(도둑) 고양이식의 유인납치 △후과(안 좋은 결과)는 전적으로 한국정부의 책임이라는 등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됐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관계가 정치적 충돌과는 별도로 경제협력은 정상 진행되는 이중적 상황을 예측하기도 했다. 북한은 공식비난 하루전인 28일 쌀 지원, 개성공단 개발 등 북측이 수혜를 입는 4개 사업에 대해서는 문서를 남측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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