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가 발생한 날 한국에 부임해 다음 달 5일 이임하는 허버드 대사는 이날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교통상부 출입기자단과의 오찬을 겸한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9·11사태 이후 미국민은 대량살상무기(WMD)와 테러리즘을 가장 큰 도전으로 느끼고 있고, 혹시나 테러리스트 손에 WMD가 쥐어질까 두려워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북한의 핵위협을 그전보다 더 크게 느끼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9·11사태’는 미국인의 세계관, 방위 태세, 동맹에 대한 생각 등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전 세계가 미국의 이런 변화가 의미하는 것을 아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허버드 대사는 재임시절 가장 인상 깊었던 일로 ‘한국의 민주주의의 발전 모습’을 꼽았다.
그는 “여러 차례의 선거와 대통령 탄핵 사태 등을 보며 한국의 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발휘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며 “한국 민주주의는 굳건하고, 앞으로 더욱 굳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대통령) 취임 첫날부터 한미동맹을 지지했고, 국내적 어려움 속에서도 이라크 파병과 주한미군 재편에 협력해줬다”며 “특히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성사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가장 어려웠고, 가장 아쉬웠던 일’로는 2002년 ‘미군 장갑차 여중생 치사사건’을 들었다.
그는 “미국도 이 사고에 대해 ‘정말 마음 아파하고 슬퍼하고 있다’는 것을 한국민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정말 죄송하고 아픈 우리의 마음을 한국민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좀 더 노력해야 했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을 비판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화씨 9/11’을 봤느냐”는 질문에 “무어 감독은 이 영화가 ‘사실’이 아니라 자신의 관점에서 제작된 것이라고 했다. (미국으로) 귀국한 뒤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카운터파트 조직인 ‘외교통상부’에 대해 “매우 효율적이고, 훌륭한 외교관이 많다”고 평가한 뒤 “다만 (한국의 국가규모에 비해) 조직이 너무 작은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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