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암 연구기획부장=정부는 한국행 희망 탈북자들을 전원 수용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추구하는 ‘조용한 외교’ 외에 어떤 방식으로 풀어갈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한다.
▽유호열 교수=정부가 탈북자 수용을 위한 적극적인 의지나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수만명 중 불과 몇 백 명이 오는 것을 두고 북한을 자극하지 않을까 의식하고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들과의 외교 문제를 의식하는 측면이 있다. 정부나 국회 차원에서 구체적인 원칙과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김 부장=관계국과의 관계가 가장 곤혹스럽다. 중국이 불법 월경(越境)으로 규정하고 있는 탈북자들을 공개적인 기준을 정해 데려올 수 있느냐가 문제이다. 탈북자의 입국 루트도 제도화된 것은 아니다. 제3국이 탈북자 입국을 막아버리면 끝이다.
▽유 교수=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 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중국도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상황이 달라져 과거와는 다른 입장이다. 우리가 드러내 놓고 일을 벌일 필요는 없지만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한다.
▽김 부장=국제적인 다자틀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유엔인권위원회에서 탈북자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원칙적으로 표명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대통령이 탈북자 인권에 대해 ‘난민에 준하는 신분 보장이나 인권 생존권 보장 등을 국제적인 협조 아래 원만히 추진하면 좋겠다’는 원론적 입장이라도 표명하면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이다.
▽유 교수=우선 중국과 풀 수 있는 문제가 있다. 탈북자를 그들의 의사에 반해 위험한 땅으로 보내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여 제3국행만큼은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명확한 견해를 표명해야 한다. 우리가 유엔에서 북한 인권 문제 표결에 기권하는 등 소극적인데 굳이 중국이 탈북자 문제에 나설 리 없지 않나. 정부가 중국 눈치를 너무 많이 본다.
▽김 부장=이번 탈북자 입국의 경우도 사실상 중국이 국경을 통한 동남아행을 묵인했다고 볼 수 있다. 국제적으로 이슈화된 탈북자 문제에 대해 한중 외교장관 회담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탈북자 인권 문제를 언급해야 한다.
▽유 교수=지금까지 정부가 제대로 못한 것이다. 수동적이고 사후적인 외교, 조용한 외교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구체적으로 이슈를 가지고 문제를 해결해 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 부장=탈북자 지원 민간조직이 종교적으로 편향돼 있어 초기에는 도움을 받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 정부도 이 문제를 남북통합 관점에서만 접근해 통일부가 관할하고 있는데 사회적 약자라는 인식 아래 사회복지 측면에서 도울 필요가 있다. 북한 문제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진 사회복지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해야 한다.
▽유 교수=법 조항도 보완할 부분이 있다. 기혼자의 결혼이나 재산권 문제 등에 대한 조치들을 지금부터라도 취해야 한다. 통일부는 원칙만 정하고 나머지는 각 분야에서 분담해야 한다. 우리가 이를 해결하지 않고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나중에 통일과 관련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김 부장=탈북자 지원 인력을 양성해 대량 입국에 대비해야 한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북한이탈주민 지역협의회’가 전국에 13곳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가동이 안 되고 있다. 탈북자 관련 중앙정부 기능을 지자체나 민간에 일부 이양한다는데 앞으로는 그것이 주가 돼야 한다.
▽유 교수=정착 과정도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탈북자 적응 지원시설인 하나원에서 2개월 정도 머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하나원은 초기의 심리적 안정 등 긴급구호 역할과 함께 이들이 사회 각 분야에 정착하는 것을 종합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중요한 것은 눈높이 적응교육이다. 북한 도시들과 자매결연을 한 지자체 등이 탈북자 적응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가 관련 예산을 지자체와 나누는 방법도 있다.
근본적인 것은 탈북자를 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이다. 북한 눈치만 보는 정부나 탈북자에 대해 모멸적인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대하는 일부 사회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
▽김 부장=가족 단위 탈북과 여성 아동 노인의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탈북자 성격에 따른 특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특히 탈북 청소년이 문제다. 북한과 중국 한국 어디에서도 제대로 교육을 못 받고 있다. 취업 등을 위해 가장 초보적인 특성화 학교조차 쉽지 않다. 경기 이천시의 폐교를 사용하려 했지만 주민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유 교수=수용소 같은 느낌을 주는 하나원에서 처음 남한사회를 경험하도록 하는 것도 문제다. 시장과 은행 등이 가까이 있는 도시 가운데에 둬서 자연스럽게 사회에 편입되도록 해야 한다. 자원봉사자가 큰 도움이 될텐데 실제로 자원봉사자는 가고 싶어도 못 간다. 탈북자 네트워크를 만들어 주는 것은 심리적 안정과 실질적 정착을 위해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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