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이번 사건에 대해 공식반응을 보인 것도 이례적이다. 그동안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 장수길 전 이집트 대사 등 고위인사의 망명에 대해서는 “배신자는 가라”는 수준의 비난 성명은 냈지만, 민간인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탈북자 문제를)거론해봐야 최악의 경제 및 인권상황을 시인하는 셈이어서 남북간 비공개 접촉에서조차 입에 올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탈북자 입국은 규모가 468명이고, 제3국에서 비행기 편으로 일거에 입국하는 등 이벤트가 연출됐다는 점에서 북한으로선 ‘대응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북한은 난처한 사안에 대해서 추상적인 표현을 써 온 관례와 달리 이번 성명에서는 △도적(도둑) 고양이식의 유인 납치 △후과(안 좋은 결과)는 전적으로 한국 정부의 책임이라는 등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북한은 특히 탈북자의 한국 이송 시점이 미국 하원이 북한인권법안을 통과시킨 직후라는 점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이번 성명 발표는 자충수가 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이 ‘수준 이하’의 주장을 펼수록 북한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한국 정부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다음 달 3일로 예정된 남북장관급회담은 사실상 물 건너갔고, 이후 일정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간의 정치적 충돌과는 별도로 경제협력은 정상적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공식비난 하루 전인 28일 쌀 지원, 개성공단 개발 등 북측이 혜택을 본 4개 사업에 대해서는 문서를 남측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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