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례적 원색 비난…남북관계 경색 조짐

  • 입력 2004년 7월 29일 19시 03분


북한 당국이 29일 탈북자 468명의 집단 한국행을 한국 정부의 ‘납치 테러행위’라고 공식 비난하고 나섬에 따라 남북관계에 먹구름이 드리워질 조짐이다. 북한이 탈북자들의 자발적인 한국행을 ‘유인 납치 테러’로 왜곡해 비난한 것을 다시 주워 담고 남북교류에 재차 응하는 변신을 보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이 이번 사건에 대해 공식반응을 보인 것도 이례적이다. 그동안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 장수길 전 이집트 대사 등 고위인사의 망명에 대해서는 “배신자는 가라”는 수준의 비난 성명은 냈지만, 민간인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탈북자 문제를)거론해봐야 최악의 경제 및 인권상황을 시인하는 셈이어서 남북간 비공개 접촉에서조차 입에 올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탈북자 입국은 규모가 468명이고, 제3국에서 비행기 편으로 일거에 입국하는 등 이벤트가 연출됐다는 점에서 북한으로선 ‘대응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북한은 난처한 사안에 대해서 추상적인 표현을 써 온 관례와 달리 이번 성명에서는 △도적(도둑) 고양이식의 유인 납치 △후과(안 좋은 결과)는 전적으로 한국 정부의 책임이라는 등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북한은 특히 탈북자의 한국 이송 시점이 미국 하원이 북한인권법안을 통과시킨 직후라는 점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이번 성명 발표는 자충수가 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이 ‘수준 이하’의 주장을 펼수록 북한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한국 정부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다음 달 3일로 예정된 남북장관급회담은 사실상 물 건너갔고, 이후 일정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간의 정치적 충돌과는 별도로 경제협력은 정상적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공식비난 하루 전인 28일 쌀 지원, 개성공단 개발 등 북측이 혜택을 본 4개 사업에 대해서는 문서를 남측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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