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야! 타’
울산 출신인 민주노동당 조승수(趙承洙) 의원은 국회 앞에 12평짜리 오피스텔 2채를 얻었다. 한 곳에는 조 의원이, 나머지 오피스텔에는 보좌관 3명이 산다. 아침은 주로 굶는다. 빨래는 각자 한다. 10년 된 쏘나타3 자동차는 울산에 두고 왔고 서울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한 대뿐인 자전거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누구든 먼저 타는 사람이 ‘임자’다. 한번은 보좌관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다가 걸어가는 조 의원을 발견했다. 보좌관은 미안했는지 “의원님이 타시렵니까”라고 물었다. 조 의원은 냉큼 자전거에 오른 뒤 “야! 타”라며 뒷자리에 보좌관을 태웠다. 그러나 곧바로 ‘우지끈’ 부서지는 소리가 나면서 망가져 그 뒤로는 두 명이 함께 타는 경우가 없다.
경북대 총장 출신으로 환갑을 훨씬 넘긴 열린우리당 박찬석(朴贊石·64) 의원은 서울 강서구 등촌동 원룸에서 아들(30)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아침식사와 빨래. 아침식사는 아들과 ‘당번’을 정해서 번갈아 하는데 아들이 제대로 챙겨주지 않을 때가 많다. 박 의원은 최근 아들에게 “매월 30만원을 줄 테니 밥 당번 좀 해 달라”고 제안했다.
#2 ‘주먹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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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차림으로 잘 알려진 민노당 강기갑(姜基甲) 의원은 서울 강서구 방화동 18평짜리 연립주택을 전세 7500만원에 얻어 보좌관 3명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전세금은 의원과 보좌관 4명이 함께 은행 융자를 받았다. 농민운동가 출신으로 오전 5시반에는 어김없이 눈을 뜨는 강 의원 때문에 보좌관들은 낮에 졸기 일쑤다. 티코 1대와 농사일에 쓰던 스타렉스 밴으로 출퇴근을 하는데 길이 많이 막히기 때문에 오전 7시 이전에 출발한다. 보좌관들은 대부분 의원회관에서 끼니를 해결하지만 강 의원은 손수 오곡밥을 지어 ‘주먹밥’을 만들어 갖고 다닌다. 강 의원은 “탁한 서울 공기 때문에 견디기 힘들지만 보좌관들과 함께 있으니 쓸쓸하지는 않다”며 “보좌관 생일 때는 떡도 해먹었다”고 말했다.
‘원룸족’인 열린우리당 강기정(姜琪正) 의원은 오전 6시반이면 국회 사우나로 출근하는 것으로 유명하고 박홍수(朴弘綬) 의원은 거의 매일 하루 세 끼를 모두 의원회관에서 해결하고 오후 9시부터 11시까지는 여의도공원에서 ‘심야조깅’을 하는 것으로 소문이 나 있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이 취재에는 동아일보 대학생 인턴기자 이기정(이화여대 언론정보 4년) 정경수(중앙대 경영 3년) 정욱재(펜실베이니아대 시스템공학 3년) 조수빈씨(서울대 언어 4년)도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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