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최북단 섬인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는 해병대 흑룡부대가 주둔하며 대북 경계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부대의 장병들만 섬을 지키는 것은 아니다.
1989년 국내 처음으로 창설된 ‘백령도 여자 지원예비군 소대’도 군사훈련을 받으며 백령도의 안보를 책임지고 있다.
예비군들이 훈련을 받는 날 점심을 지어주던 백령면 부녀회원들은 ‘내가 사는 지역을 지키는데 여자라고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자발적으로 예비군이 되겠다고 나섰다.
향토예비군설치법에 18세 이상 대한민국 남녀는 누구나 예비군에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소대를 구성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현재 소대원은 모두 38명. 연령층은 갓난아기를 둔 20대부터 아들을 군에 보낸 5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주부와 상인, 농민, 공무원 등 직업도 각양각색이다.
소대원은 매년 6시간 이상 훈련을 받으며 유사시 전투근무지원(간호업무 보조) 등의 활동을 담당한다.
“인공호흡을 할 때는 환자의 머리를 뒤로 젖히고 턱을 들어 준 뒤 코를 잡은 상태에서 공기를 서서히 불어 넣습니다.”
지난달 25일 오전 흑룡부대 연병장에는 빨간 명찰이 박힌 해병대 군복과 전투화를 신은 소대원들이 나타났다. 1년에 한 번 실시하는 예비군 훈련을 받기 위해 부대를 찾은 것.
첫 강의로 6·25 전쟁사 등 안보교육을 받은 소대원들은 각종 응급처치 요령을 설명하는 구급법에 대해 배웠다.
오전교육이 끝난 뒤 장병들과 함께 구내식당에서 식판에 담은 점심을 맛있게 먹은 소대원은 방독면을 쓰고 가스실에 들어가 화생방 훈련을 받았다. 이어 M16 소총으로 25m 거리에 있는 표적을 맞추는 사격연습도 했다.
훈련이 끝나면 이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로 돌아가 부녀회원으로 활동한다. 평소에는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빈병과 폐지, 고철 등을 줍는 마을정화운동을 벌이고 있다. 또 빈병 등을 팔아 생긴 수익금을 모아 혼자 사는 노인과 소년소녀가장을 돕는다.
소대장인 김금순씨(42)는 “6·25 전쟁 유공자가 49명이나 살고 있는 백령도는 아직도 전쟁의 아픔이 끝나지 않은 곳”이라며 “모든 소대원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애정으로 똘똘 뭉쳐 있다”고 말했다.
여자예비군은 인천의 백령도와 대청도, 경남 창원시, 강원 인제군, 춘천시 등 전국 5곳에 설치돼 있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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