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석재현/로버트 金의 나라사랑

  • 입력 2004년 8월 3일 19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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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재현
외국에 나가면 ‘한국인’임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고 한다.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돕다가 중국에서 옥살이를 경험한 나로서는 로버트 김의 불운이 남의 일 같지 않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심정이라고나 할까.

김씨는 8년 전 조국인 한국에 군사기밀을 넘겨줬다는 혐의로 미국 연방수사국에 체포돼 오랜 수감생활을 했다. 하지만 그에게 죄가 있다면 조국을 사랑한 죄일 것이다. 젊은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가 법적으로는 미국 시민권자가 됐지만 조국에 대한 사랑은 그의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남북이 분단된 현실이기에 조국의 안보는 미국 땅에서 살아가는 그에게도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한국에 전달했다는 ‘정보’는 당시 동해안에 침투한 북한 잠수함 관련 내용이라고 한다. 이 점에서 ‘한국의 안보에 대한 걱정’이 없었다면 로버트 김 사건은 애당초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세계화가 진전되더라도 민족 고유의 뿌리의식이나 정체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대단한 애국자나 민족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알게 모르게 민족적 정체성과 동질감을 생활 속에서 체험하고 공유하기 때문이다. 로버트 김 사건, 탈북자를 지원한 사람에 대한 중국의 억류조치, 고 김선일씨 사건 등은 국가가 재외국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내가 낯선 외국 땅에서 곤경에 빠졌을 때 과연 조국을 믿고 의지할 수 있는가라고 말이다.

타국의 법을 어겼다고 해서 김씨를 범법자라고 볼 게 아니라 조국애에 기인한 용기 있는 행동에 대해 같은 민족으로서 박수를 보내는 사회적 분위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민족 없는 나라는 있을 수 없으며 나라 잃은 민족의 설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조국을 사랑하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로버트 김 사건을 통해 나라사랑의 정신을 배우자.

석재현 경일대 교수·사진영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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