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고노 다로/미군 재배치와 일본 안보

  • 입력 2004년 8월 4일 19시 00분


최근 일본 언론은 주한미군의 이전, 규모 축소에 관한 뉴스를 잇달아 크게 보도하고 있다. 동아시아 안정과 일본 방위를 위해 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적 존재는 불가피하며 중국의 민주화가 이뤄질 때까지 미일동맹 또한 필요하다고 나는 믿는다.

미군 재편이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질지는 큰 관심거리다. 일본뿐 아니라 동북아 전략거점인 한국의 미군기지 문제도 바로 미군 재편과 직결된다.

최근 수년간 안전보장에 관한 일본의 생각은 크게 변화했다.

우선 공산주의 봉쇄를 최우선으로 했던 시대로부터, 안전보장을 여러 문제 가운데 하나로 여기는 시대로 바뀐 시대적 분위기를 들 수 있다. 이라크 문제를 놓고 독일과 프랑스가 취한 입장은 냉전시대 서독이라면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것이었다.

거의 비슷한 정도의 큰 변화가 일본 국내 정치에도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공상적 평화주의’의 파탄이다. 일본에서는 전후 오랫동안 평화헌법을 지키기만 하면 위협은 없다는 생각을 가진 야당 세력이 일정한 지지를 받아왔다. 그러나 북한 미사일이 상공을 날면서 이런 환상은 조금씩 깨져왔다.

그리고 마침내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무력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국민과 국가를 지키기 위한 자위권 행사는 필요하다는 합의가 일본 국내에 생겨나게 되었다.

전후 일본은 오랫동안 이런 합의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지 않으면 만일의 사태는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는 위험한 발상이다. 법률 규정이 갖춰지지 않은 채 위기를 맞으면 정부가 무엇을 하든 초법적 행동이 되고 만다. 처음부터 법률의 테두리를 넘어서기 때문에 이후 정부 행동을 규제할 장치도 없다. 정부가 멋대로 위기를 만들어 법률 테두리를 넘어서도 통제가 안 되고 이로 인해 국민의 기본적 인권이 침해될 가능성까지 있다.

최근 일본에서의 논의는 점차 집단적 자위권 문제로 옮겨 가고 있다. 헌법에 집단적 자위권에 관한 명백한 규정은 없다. 다만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해석은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을 갖고 있지만 헌법상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이라크에 파견된 일본 자위대는 네덜란드군 옆에 자리 잡고 있다. 현재 해석으로는 네덜란드군이 공격을 받아도 일본 자위대는 돕지 못한다. 헌법 위반이 되기 때문이다.

자위대는 이라크 다국적군에 참가하고 있다. 그러나 다국적군 사령관의 명령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된다는 해석 때문이다.

일본은 석유를 비롯해 많은 자원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일본 경제는 외국과의 무역, 금융, 투자 없이는 성립될 수 없다. 세계 평화와 안정에 크게 의존하는 일본으로서는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 적극 참가해야 한다.

나는 한국어 홈페이지(www.taro.or.kr)를 개설하고 있다. 한국 국민이 최근 일본의 움직임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준다면 매우 기쁘게 생각할 것이다.

고노 다로 일본 중의원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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