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과천청사에 있는 재정경제부의 A사무관(36)은 요즘 초등학생인 아들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수도 이전’ 계획에 따라 과천청사가 충남으로 옮기는 2012년에 아들이 고등학생이 되기 때문이다.
A사무관은 “아들이 한참 민감한 시기에 아버지가 집에 없으면 안 될 것 같지만 별다른 수가 없어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부인이 중등학교 교사인 서울 정부중앙청사의 B과장도 나이 들어 ‘주말부부’ 노릇해야 할 일로 벌써부터 걱정이다.
B과장은 “후배 직원들 가운데도 맞벌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부인들의 걱정이 많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면서 “그래도 행정수도를 옮기려면 엄청난 예산이 들 텐데 실제 옮겨질지는 아직 더 두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애써 위안했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수도 이전을 강행하는 데 대해 정부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신분상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지는 못하지만 적지 않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수도가 충남지역으로 이전하면 비교적 싼값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고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자녀교육’이나 ‘맞벌이부부’라는 더 큰 문제가 이들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
이 같은 공무원들의 고민은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시정연)이 지난달 5∼16일 서울 중앙청사 및 과천청사에 근무하는 중앙부처 공무원 2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 대상의 59.6%인 124명이 “수도 이전에 반대한다”고 대답했다. “찬성한다”는 대답은 30.8%인 64명이었다. 나머지 9.6%는 찬반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를 꺼렸다. 시정연은 “이번 조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숙명여대에 의뢰해 실시했다”고 밝혔다.
공무원들이 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자녀 교육’ 문제였다.
이 조사에서 “이전에 반대한다”고 밝힌 공무원들의 50%가 ‘자녀교육 문제’(50%)를 반대 이유로 들었다. 또 ‘맞벌이 등 가족원 직장 문제’(43%)도 적지 않은 걸림돌로 꼽혔다.
청사가 ‘신행정수도’로 옮겨지면 서울과 충남을 오가야 하는 이른바 ‘기러기 아빠’가 크게 늘어나는 등 공무원들 가족생활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설문 대상 공무원들 가운데 신행정수도로 “가족 모두 이주하겠다”는 대답은 34.6%에 그쳤다. 나머지 65.4%는 “혼자 또는 가족 중 일부만 함께 이주하겠다”고 밝혔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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