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들은 특히 △식약청과 제약회사간의 유착 의혹 △다른 유해 의약품의 존재 여부 △사후관리 미비 등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열린우리당 문병호(文炳浩) 의원은 “미국의 복용중단 권고 조치 후 PPA 이상반응 공동조사 개시일까지 2년, 판매금지까진 3년8개월이 걸렸는데 그 이유가 뭐냐”면서 “제약사의 재고 판매를 위한 시간 지연의 의도는 아니냐”고 추궁했다.
한나라당 고경화(高京華) 의원은 “많은 사람들이 친근한 의약품에 의해 목숨을 잃는 것은 아닌지 섬뜩하기까지 하다”며 “국가가 소중한 건강보험 재정을 400억원이나 쏟아 부어 국민에게 위험한 감기약을 사 먹인 꼴이며, 허술한 의약품 안전관리는 국민건강을 대가로 제약회사의 배를 불려준 셈”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의원들은 PPA 이외의 유해 의약품 존재 여부도 캐물었다. 열린우리당 김춘진(金椿鎭) 의원은 “소비자보호원이 회수나 사용 중지를 건의한 성분 중 비염치료제 성분인 ‘테르페나딘’과 수술치료제인 ‘난드로론’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며 유통경로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S약품의 K캅셀 등이 PPA를 함유한 것으로 추가로 확인됐다”며 “또 식도 역류질환 치료제인 시사프라이드의 경우 치명적 부작용으로 미국에서 2000년 사용이 금지됐으며 식약청은 대체의약품이 있는데도 즉각 회수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 의원도 “인체에 치명적인 위험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외국에서 이미 회수 조치된 의약품들이 국내에도 60가지나 유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 의원들은 한결같이 사후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식품과 의약품 안전체계의 총제적인 개편을 요구했다.
열린우리당 이기우(李基宇) 의원은 “근본적으로 문제를 도려내지 않으면 안전체계와 관련한 어떤 행정행위도 어려워질 수 있다”며 “내부 조직 혁신, 행정에 대한 대대적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안명옥(安明玉) 의원은 “PPA 감기약의 부작용 때문에 피해를 본 환자가 있어도 국가로부터 피해구제를 받을 방법이 없다”며 “10년간 사용실적이 없는 의약품 부작용 구제기금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현애자(玄愛子) 의원은 “PPA 함유 의약품이 판매금지가 된 뒤에도 여전히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보건복지부와 식약청은 아직 시중에 남아 있는 이 의약품의 전량 회수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장관은 이날 의원들의 질의에 앞서 “먼저 공직자들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사과한 뒤 “보건복지부와 식약청의 안전관리시스템을 혁신하는 등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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