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인 ‘내각 분할관리’ 주목한다

  • 입력 2004년 8월 13일 18시 22분


노무현 대통령이 이해찬 국무총리와의 역할 분담을 선언한 데 이어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 외교안보 분야를 총괄 조정하는 역할을 맡겼다. 사회분야는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을 중심으로 역할이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권력 체계의 중대한 변화다.

청와대는 분권형 국정운영,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조치라고 했다. 그 정도 설명으로는 대통령과 총리의 역할 분담 및 특정장관이 몇 개 부처 업무를 총괄하게 된 배경과 지향점에 대한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 없다. 국민은 총리와 장관이 아니라 대통령을 선택했다.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총리와 일부 장관을 책임자로 내세우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는 것은 석연찮다.

노 대통령이 총리에게 ‘일상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총괄 권한’을 위임한 지 사흘 만에 통일부 장관에게 국정의 핵심분야인 외교안보를 지휘하는 사실상의 부총리 권한을 준다고 하니 갈피를 잡기 어렵다. 권한이 커진 총리와 장관이 정치인 출신이라는 점도 개운치 않다.

정치인 출신 장관을 ‘각료 위의 각료’로 만들어 내각을 분할 관리한다는 인식을 준다면 득보다 실이 커질 우려가 있다. 대통령과 총리는 물론이고 ‘팀장’까지 의식해야 할 각 부처의 독립성과 전문성은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정책의 일관성은 누가 지키고,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현 정부 출범 후 가장 극심한 혼란을 겪은 외교안보 분야를 통일부 장관이 관장토록 한 조치에도 의문이 있다. 외교안보의 혼란은 남북관계의 잣대로 판단하고 조율하기에는 뿌리가 깊고 복잡하다. 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외교안보는 내치(內治)에 앞서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할 최우선 국정이다.

대통령을 정쟁(政爭)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분권이라면 오히려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국정운영 시스템 변경에 대한 보다 솔직한 설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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