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운영 변화]힘실린 鄭통일…‘외교안보’ 변화 예고

  • 입력 2004년 8월 13일 18시 39분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겸직하며 외교안보팀의 리더를 맡게 된 것은 기존 외교안보 시스템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조치로 외교안보팀이 ‘견제와 균형’ 장치를 갖춘 셈”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NSC는 당분간 몸통(사무처)은 이종석(李鍾奭) 사무차장이 맡고, 머리(상임위원회)는 정 장관이 맡는 이중구조로 운영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정 장관의 한 측근은 13일 “지금까지의 외교안보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 서면 어떤 식으로든 NSC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이 ‘얼굴마담 리더’를 하지는 않을 것이란 뜻이다.

정 장관이 통일부 장관으로선 이례적으로 방미를 추진하고, 15일 노무현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직후 해설 브리핑을 하기로 예정돼 있는 것도 같은 맥락.

통일부의 영역을 넘어서는 방미를 추진하는 것은 그가 명실상부한 외교안보팀의 리더임을 미국에 추인 받으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울러 ‘자주파 대 동맹파’ 논쟁으로 이종석 팀이 미국에 준 의구심을 씻어내겠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

외교통상부와 국방부에서도 NSC사무처의 독주에 대한 정 장관의 견제 역할에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NSC와의 ‘코드 맞추기’에 대한 이들 부처의 부담감을 정치적 실세인 정 장관이 상당 부분 덜어주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 중견 외교관은 사견을 전제로 “이번 조치가 대권주자 관리라는 정치적 이유로 취해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지만 그의 조정역할에 대한 기대도 있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물론 정치인 출신 정 장관이 고도의 전문성과 냉철한 판단력을 요구하는 외교안보 분야의 리더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경우 그의 활동이 ‘정치적 원맨쇼’로 끝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이 정 장관에게 외교안보팀의 리더를 맡긴다는 사실 자체가 외교안보 문제를 대통령의 신임에 따른 ‘인치(人治)’보다는 시스템으로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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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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