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과거사 정리는 필요하다. 밝힐 것은 밝혀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명분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사 문제가 대통령이 진두지휘하듯 하며 나서야 할 국정의 선(先)순위라고 보기는 어렵다. 과거사 정리는 관련 학계에 맡기고 대통령과 정치권은 보다 시급한 국가적 현안에 매달려야 옳다.
지금 대한민국호(號)는 총체적 위기상황이다. 국정 전반에 걸쳐 어느 것 하나 믿음을 주는 분야가 없고, 특히 경제의 경우 이대로 가다간 바닥으로 주저앉고 말 것이라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비관적인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국민 상당수가 희망을 잃고 살아가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대통령은 위기의 원인을 짚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경축사에 담아야 했다. 그런데도 민생, 경제 살리기에 대해선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과거와의 싸움’만 강조해서야 국민의 실망감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실제로 이날 경제회생과 관련해 뭔가 희망적인 언급이 나오기를 기대했던 재계는 경축사가 과거사 규명에 집중되자 크게 실망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에게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면서 미래로 달려가야 할 집권측이 과거로 회귀해 국력을 소모하는, 그래서 국론분열과 갈등을 심화시키는 대책 없는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노 대통령은 “분열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자”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이 말은 국민이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