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남북한은 개막식에서 84번째로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동시에 입장했다. 이를 보며 평화와 통일의 시대를 열기 위해 그동안 여러 분야에서 기울였던 많은 노력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햇볕정책, 남북경협, 금강산 관광 등 정치 경제 사회 분야의 변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음에도 스포츠 교류는 기대에 못 미친다.
냉전시대, 스포츠 교류는 종종 막힌 통로를 뚫는 첫 단추였다. 남북한의 스포츠는 시드니올림픽 이후 각종 국제 종합대회 개폐회식 때의 동시 입장으로 화해의 물꼬는 텄지만 단일팀 구성은 무척이나 힘든 것 같다.
독일은 세계 제2차대전으로 동서독이 분리됐지만 1956년 멜버른, 1960년 로마, 1964년 도쿄 올림픽까지 단일팀을 구성해 파견했다. 멜버른 올림픽 때 동서독 단일팀이 구성되기까지 동서독은 200회 이상의 회담을 열었으며 소요경비만도 560만달러가 들었다고 한다. 이런 선례를 볼 때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 참가하는 것은 마음뿐 아니라 여러 지원책이 필요한, 산 넘고 물 건너야 할 난제들이 수두룩한 일임을 알 수 있다.
이번 올림픽 개막식 직전,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이연택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 문재덕 조선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3자 회동을 갖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에 관한 대원칙에 합의하고 IOC도 적극 협력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남북단일팀 구성에 대한 종목별 경쟁 국가들의 국제적 이해와 협조가 담겨 있는 것이어서 한층 실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올림픽 남북단일팀은 본선이 아닌 지역 예선에서 시작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야 경쟁 국가나 선수들의 절대 동의를 얻을 수 있고, 이벤트성이라는 오해도 받지 않을 것이다. 단일팀 종목도 비교적 구성과 훈련이 손쉬운 개인종목부터 하는 게 좋다. 축구나 농구 같은 단체종목은 충분한 협의로 선발원칙 세부안을 합의하고 훈련조건 등에 대해서도 세심한 협의를 해야 가능할 것이다. 합동훈련장 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비무장지대에 태릉선수촌과 같은 남북 합동훈련장을 건설하면 민족통합과 동질성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KOC에 종목별 남북단일팀 협의체를 구성해 선수 선발 기준과 훈련 방법 등을 상시적으로 논의한다면 정치성을 배제하고 명실상부하게 최우수 기량을 가진 선수를 선발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우리는 이미 사상 최초로 남북단일팀을 구성해 강호 중국을 꺾고 세계정상을 차지해 국민적 감동과 세계적 이목을 집중시켰던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경험한 적이 있다. 베이징 올림픽에는 최고의 기량을 가진 남북단일팀을 구성해 중국의 역사왜곡에 일침을 가하고 한반도의 위상도 세계에 드높여 보자.
한종우 고려대 스포츠과학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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