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남 의장은 이미 17일 밤 사퇴를 결심했으며, 이날 오전 문희상 의원과 김부겸 비서실장 등 핵심당직자들과 대책회의를 갖고 사퇴를 최종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의장은 17일 오전까지만 해도 "가볍게 처신할 일이 아니다"며 당 일각의 조기 사퇴 요구를 일축했었다.
그러나 동아일보 18일자에 부친의 일본군 헌병 복무 당시 친일 활동에 대한 피해자들의 증언이 구체적으로 나오면서, 사퇴를 최종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의장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광복회 사무실을 방문, 김우전(金祐銓) 광복회장 등 회장단과 40여분간 면담했다. 이날 방문에는 김부겸(金富謙) 의장 비서실장, 최규성(崔圭成) 사무처장, 김희선(金希宣) 의원, 이평수(李枰秀) 부대변인 등이 동행했다.
신 의장은 이날 면담에서 "선친 문제로 독립유공자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부친 신상묵씨의 헌병 복무 경력에 대해 사과했다.
신 의장은 이어 "저로서는 옛날 일이고, 들은 게 없어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일제 말기에 선친이 일본군에 복무했다는 것은 막연하게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신 의장은 "언젠가는 밝혀질 것으로 생각했고, 지금이라도 사과드리고 용서를 구하게 돼 다행"이라며 "선친께서도 저의 뜻에 공감하시리라 믿는다"고 했다.
신 의장은 또 과거사 청산 작업과 관련, "민족 정기 세우는 일을 더욱더 엄정하게 추진하겠다"며 "제 살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이 일에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충격을 받았고, 마음으로 섭섭하게 생각한다"고 짤막한 반응을 보인 뒤 "선친의 일은 선친의 일이고, 민족정기를 세우는데 앞으로 더욱 정진해달라"고 당부했지만 신 의장이 기대했던 '용서'의 말을 건네지는 않았다.
김 회장은 또 신 의장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김희선(金希宣) 의원의 작은 할아버지 고(故) 김학규 장군의 족보 문제와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과의 관계 등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데만 30여분을 할애했다.
면담이 끝난 후 기자들이 "사과를 받아주신거냐?"고 묻자, 김 회장은 처음엔 "받아들이고 말고가 뭐 있나. 열심히 하신다고 하니까…"라고 말끝을 흐렸다.
한편 김희선 의원이 의성김씨 대종회 사무실에 보좌관을 보내 자신의 본관을 확인하려 했으나 실패했다는 보도와 관련, 김 회장은 이날 동석한 김 의원에게 "(일반 족보엔 있어도) 대종회 족보엔 빠져있는 사람이 많다"며 "족보를 인격의 척도로 삼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김희선 의원이 "그러면 이 기회에 저희 큰아버지 만난 얘기를 좀 더 해주세요"라고 요구하자 신 의장은 "오늘은 제가 사과 하러 온 날이니 그 얘기는 그만 하자"고 잘라 잠시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이재준 기자 zz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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