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국제한국문화홍보센터는 베이징사범대학 출판사에서 올해 간행한 ‘중국문화개론’ 수정판이 고조선과 고구려를 한반도(조선반도)의 역사로 소개하고 있다고 19일 소개했다.
이 교재의 제5장 ‘다민족문화의 융합과 중외문화교류’ 제2절 ‘중국문화와 외국문화의 합류’는 “중국과 조선반도의 문화교류 역시 근원을 올라가면 아주 오래됐다. 고조선 시기(기원전 5세기∼기원전 1세기 중엽) 유학과 한자가 조선에 수입됐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는 고조선시대부터 중국과 한반도가 별도 문화권이었음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고구려뿐 아니라 고조선과 부여의 역사까지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시키려는 중국의 최근 움직임과 상충된다. 이 점은 또한 중국의 역사교과서들이 한국사를 한일병합 이후로 국한시키거나 고대사를 다룬다 해도 삼국시대 이후만을 다뤄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이 교재는 또 “삼국(고구려 백제 신라)시대 조선의 삼국은 서로 다른 루트를 통해 중국문화를 대규모로 흡수했다”고 기술하고 있어 고구려를 중국과 분리해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정문연의 이길상 국제한국문화홍보센터 소장은 “베이징사범대 출판사는 대학뿐 아니라 초중고교 교과서를 모두 출판하는 권위 있는 출판사”라며 “이런 출판사의 최신 교재에서 고조선과 고구려를 한국사로 다루고 있다는 점은 중국학계의 시각의 다양성에 여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대만교수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시도와 대조적으로 대만 역사학자들은 “고구려사는 한국 역사”라는 견해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대만 국정교과서의 저자 가운데 한 명인 대만대 리둥화(李東華) 교수는 19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를 갖고 “고구려는 다른 민족들과 중국 동북지방에서 공존했으며 반농 반유목 민족으로서 영토 확장을 위해 바다를 찾아 한반도까지 진출했다”며 “고구려사는 한국 고대사의 중요한 일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리 교수는 “고구려는 초기에는 중국 동북지역에 도성을 세웠으나 후기에는 평양으로 도성을 옮긴 기록이 있다”며 “중국이 고구려사를 자국의 역사로 간주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한편 푸런(輔仁)대 역사학과 천쥔카이(陳君愷) 교수는 10일 대만의 일간신문인 중국시보에 ‘고구려사 분쟁에 대한 대만의 관점’이라는 글을 통해 같은 견해를 폈다.
송(宋)대 역사를 전공한 천 교수는 “송나라는 주변국인 금나라, 요나라를 외국으로 간주하며 평등한 국교를 진행했으나 중국은 두 나라 역사를 모두 중국사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의 고교 2학년 역사 교과서는 “중국과 가장 가까운 고구려가 중화문화를 가장 먼저 받아들였다”며 고구려사를 중국사와 독립된 한국사로 기술하고 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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