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파와 갈등 잠복 이부영號 순항할까

“내년 1, 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까지 백의종군하는 심정으로 임시 지도부의 소임을 다하겠다.”

19일 열린우리당의 당권을 넘겨받은 이부영(李富榮·사진) 신임 의장은 취임 일성에서 스스로를 ‘임시 지도부’로 규정하고 몸을 낮췄다. 자신을 달가워하지 않는 당권파와 청와대를 의식한 듯했다. 그러나 이 말 속에는 조기 전당대회 주장을 일축하고, 누가 뭐래도 ‘법정 임기’는 채우겠다는 단호함이 들어 있다.

하지만 이 의장을 둘러싼 당내 역학관계는 그리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일단은 천-신-정(천정배 원내대표-신기남 전 의장-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당권파와 대립각을 이루면서 당권파에 비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왔던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계열 및 김원웅(金元雄) 유시민(柳時敏) 의원으로 대표되는 개혁당 출신들과 손을 잡는 양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문희상(文喜相) 의원을 비롯한 친노 직계 의원 및 당내 중진들은 당초 비대위를 구성하는 안에 기울어 있었지만 “계파 다툼으로 비화해서는 안 된다”며 막판에 이 의장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김근태 장관계 및 개혁당 그룹은 일단 이 의장 체제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세 확장을 노리고 있다. 김 장관측 관계자는 “(의장직) 승계는 합리적 결정이었다고 본다”고 말했고, 김원웅 의원도 “지도력 약화를 막기 위한 인적, 제도적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며 연대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당권파는 천정배 대표가 장악하고 있는 원내를 통해 세력을 유지하면서 이 의장과 각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 의장은 원내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면서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내각과의 관계도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던 ‘전력’ 문제가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 집권여당의 신임 대표에게 대통령이 직접 축하전화를 걸지 않고, 대통령비서실장이 대신 인사를 건넨 것도 이례적이다.

이 의장은 “한나라당과는 애증관계이고 누구 못지않게 잘 안다. 박근혜 대표와는 기회가 되면 만날 것”이라면서도 “석 달 동안 신 전 의장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온 당과 국정개혁 작업을 이어받아 한 치의 차질도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