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국보법 폐지 권고’ 정치권 논란

  • 입력 2004년 8월 24일 18시 55분


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올해 정기국회 최대 이슈로 부상 중이던 국보법 폐지 논란이 조기 가열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환영했고 한나라당은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반대했다. 소장파인 열린우리당 유승희(兪承希) 의원은 “인권위가 시대적 흐름을 잘 읽고 적절한 권고조치를 한 것”이라며 “국가보안법을 폐지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민주적인 정신 토대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정이냐, 폐지냐에 대해 의원들의 의견은 여전히 엇갈린다. 신기남(辛基南) 전 의장은 “내 소신은 폐지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러나 이부영(李富榮) 의장은 신중론에 가깝다. 그는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국가보안법에 대해 ‘개폐’라는 중립적 용어를 썼다. 그는 “국가안보를 걱정하는 분들까지 충분히 고려해 법 개폐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의견은 이같이 갈리지만 폐지론자가 약간 더 많다. 당내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입법 추진 모임’은 현재까지 여야 의원 82명의 지지서명을 받았다.

한나라당은 인권위의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 의견에 대해 반대했다. 남북대치 상황에서 보안법 폐지는 시기상조라는 이유에서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이날 전남 나주의 수해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보안법 폐지에 반대한다”고 못 박았다.

박 대표를 수행 중인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박 대표가 이미 ‘내가 대표로 재임하는 한 보안법 폐지는 없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며 “한나라당은 보안법의 부분 개정이라는 의견에서 바뀐 게 없다”고 전했다.

한나라당은 국가기관인 인권위가 보안법 폐지 의견을 낸 것 자체를 문제삼았다.

임태희(任太熙) 대변인은 논평에서 “인권위의 보안법 폐지 권고는 국가 기관의 소관업무를 벗어난 것”이라며 “보안법 문제는 국가 안위와 관련된 중요한 사안이며 정치권에서 아직 논의 중인 만큼 인권위가 폐지 운운하는 것은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적절치 못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은 인권위의 권고를 환영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나주=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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