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학생도 ‘탈학생’이라고 삐딱하게 바라보곤 해요. 공부 외에도 배울 게 많은 곳인데….”
소수라는 이유로,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우리 사회의 이방인으로 남아 있던 남과 북 출신의 10대가 만났다. 북한을 탈출해 남한으로 온 청소년과 대안학교 ‘미디어스쿨’ 학생들이다.
이들은 청소년정보문화센터인 스스로넷이 19∼24일 마련한 ‘꿈터 프로젝트’에서 형제자매의 인연을 맺었다. 서울 송파청소년수련관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물건을 교환하는 벼룩시장 행사 등을 가졌다.
23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용산동 전쟁기념관. 10∼16세 북한 출신 청소년 7명과 16∼19세 대안학교 학생 8명은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디지털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군인 동상, 비행기 모형 등을 촬영하고 사진을 컴퓨터로 옮겨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는 과정을 배우기 위해서다.
북한 청소년 김예림(가명·14)양과 박효리(가명·16)양은 남한생활에 대해 “북한이 가난한 나라로 인식되고 있어 ‘북에서 왔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김양은 “학교에서 친구를 몇 명 사귀었지만 북에서 왔다는 소문이 돌자 거리를 두더라”며 “북한 사람도 같은 민족인데 못난 사람처럼 바라보는 것이 견디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1때 자퇴한 민다홍양(19)도 대안학교가 ‘노는 학교’로 인식되는 것에 대해 편협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공부가 싫어 학교를 그만두었지만 대안학교에서 더 넓은 세상을 보게 됐습니다. 대입검정고시를 통과했고 대학에서 영상을 전공하기 위해 공부에 더 매달리게 되더라고요.”
황수현양(18)은 “북한 아이들은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자신을 표현하는 데 서툴지만 한국 아이들보다 더 순수하다”며 이들에게 좀더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들은 24일 꿈터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틈틈이 만나 영화를 보러가거나 부족한 과목을 함께 공부하기로 약속했다.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한 채 전쟁기념관을 둘러보는 남과 북 출신의 청소년은 어느새 하나가 돼 있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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