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스 교수는 국가경영전략연구원(NSI) 초청으로 방한해 26일 오전 서울 은행연합회관에서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본보는 간담회 직후 그와 인터뷰를 가졌다.
―중국의 패권적 부상, 일본의 재무장 노력을 우려하는 한국 내 목소리가 크다.
“중국과 일본이 동시에 강대국으로 부상한 시기는 요즘이 유일하다. 따라서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미국이 동북아에서 (지역안정 유지를 위한) 균형자로 남아야 할 필요가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통일 뒤 주한미군의 필요성을 거론하지 않았나.”
커밍스 교수는 1970년대 한국에 미국 지상군 존재의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중국이 고구려사를 다루는 방식이 거칠다는 지적이 있다.
“중국이 제국주의로 성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산업국가 사이의 전쟁은 없었던 만큼 한국과 군사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베이징 정부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두드러진 워싱턴의 ‘외교 실종 공간’을 적절히 메워주고 있다. 다만 중국의 민족주의가 과거를 지향하는 점은 문제다.”
그는 특히 “중국이 20세기까지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던 고구려사를 자기 역사로 주장하는 것은 얼토당토않은(absurd) 얘기”라고 말한 뒤 “한국이 오히려 만주지역에 대해 중국에 요구(claim)할 것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활용하면서 수평적 한미관계도 추구하고 있다.
“수평적 한미동맹은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가능한 얘기일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는(go along) 노하우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도 동북아만 벗어나면 경제규모나 인구 면에서 당당한 국가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미국도 ‘주한미군을 주둔시켰으니 한국인은 감사해야 한다’는 일방적 자세를 버려야 한다.”
―북한 핵문제를 놓고 북-미간 근본적인 불신이 걸림돌인데….
“1994년 제네바 합의는 북-미간에 신뢰가 두터워서 합의한 것이 아니다. 나는 제자들에게 ‘누가 김정일을 믿겠나. 김정일 자신도 스스로를 못 믿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북-미 직접대화를 통한) 협상을 미루면 결국 핵무장한 북한을 만나게 될 것이다.”
커밍스 교수는 91년 ‘한국전쟁의 기원’이라는 책을 펴내 국제적 주목을 받았던 한국전쟁 및 한반도 현대사 전문가.
그는 이 책에서 한국전쟁 당시 북한의 남침 사실은 인정했지만 ‘누가 전쟁을 시작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수정주의적 시각을 밝혀 북침설을 주장했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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