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독립유공자 및 유족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좌우 대립의 역사 때문에 묻어둔 역사를 발굴하고 포상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사안이나 인물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광복을 전후해 좌익 활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독립유공자 서훈(敍勳)에서 제외된 중도 민족주의 계열 또는 좌파 계열 독립운동가의 복권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김종민(金鍾民)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과거 사회주의 좌파의 독립운동도 밝혀져야 한다는 의미냐’는 질문을 받고 “예를 들어 몽양 여운형(夢陽 呂運亨)의 독립운동 여부가 최근 논란이 됐는데 이런 것에 대한 재조명도 하나의 쟁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운형의 경우 올해 광복절을 앞두고 서훈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으나 결국 유보됐다.
6·25전쟁 때 납북됐다는 이유로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야 독립유공자로 서훈된 김규식(金奎植) 안재홍(安在鴻) 등 좌우합작노선을 주창한 중도계열 인사들에 대한 재조명 작업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프랑스의 경우 불과 4, 5년의 기간에 30만명이 정부로부터 레지스탕스로 공인받고 포상을 다 받았는데 우리는 의병 시기까지 따지면 50∼60년이 훌쩍 넘는 침탈의 역사를 겪어왔는데도 아직 1만명밖에 독립유공자로 포상하지 못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묻혀진 한쪽의’ 독립운동사 발굴을 언급했다.
盧대통령 '과거사 규명' 발언수위 높여
과거사 진상규명과 관련해서는 발언의 강도가 훨씬 세졌다.
한편 노대통령은 과거사 진상규명과 관련해서 발언의 강도를 훨씬 높였다.
노 대통령은 “반민특위의 역사를 읽는 많은 젊은 사람들이 가슴 속에 불이 나고 피가 거꾸로 도는 경험을 다 한번씩 한다”며 “시대를 거꾸로 살아오신 분들이 득세하는 역사가 계속되는 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어떻게 갈 수 있으며 가면 뭐하느냐. 어떻게 지켜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오로지 자신의 보신만을 앞세워 재주껏 살아온 사람들로 채워진 국가가 (위기를) 어떻게 감당하겠느냐”고도 했다.
노 대통령은 또 “자기 나라를 배반한 사람에게는 적어도 새로 시작되는 사회에서 득세하지는 못할 수준으로 규제하는 정도의 청산은 꼭 있어야 한다”며 “다른 나라들은 다 그렇게 했는데 한국은 못했다.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서 하려야 할 수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제 우선론’에 대해선 “87년에 온 나라가 뒤집힐 만큼 시민의 항쟁이 있었지만 86∼88년 3년간 두 자릿수의 경제성장을 지속했다. 매번 올바른 역사적 주장이 나올 때마다 경제, 안보, 혼란을 내세워 엎어버렸지 않느냐”고 그는 반박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盧대통령 “좌우대립에 묻힌 독립운동사 밝혀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5일 “좌우 대립의 비극적인 역사 때문에 독립운동사의 한쪽은 일부러 알면서도 묻어 두고 있는 측면이 있다”며 “지금 우리 체제 속에서 과거 독립운동 시기 선열들이 가졌던 이념과 사상이 어떤 평가를 받든, 있는 사실대로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김우전(金祐銓) 광복회장 등 독립유공자 및 유족 150여명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면서 “우리의 독립운동사를 아직도 제대로 발굴하지 못한 것 아닌가 생각하는데, 이는 큰 숙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노 대통령의 언급은 그동안 좌익계열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로 독립운동 참여 활동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인사들에 대한 재평가를 시사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노 대통령은 “시대를 거꾸로 살아 오신 분들이 득세하고 그 사람들이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냉소하는 역사가 계속되는 한 한국사회에 미래가 없다”며 과거사 진상규명작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거듭 밝혔다.
노 대통령은 ‘과거사 규명보다 경제 살리기에 진력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경제를 핑계로 국가적인 사업을 회피하려는 기도가 또 용납돼서는 안 된다”며 “모든 나라가 역사를 바르게 규명할 것은 하면서 경제가 발전해 갔고 그렇게 한 나라들이 경제를 더 잘하고 있다. 과거사 진상규명은 결코 경제에 지장이 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자발적인 과거 규명작업에 대해 노 대통령은 “이 일은 국가적 사업이기 때문에 몇 개 정부기관이 나름대로 다 밝히고 정리했다고 할 일은 아닌 것 같다”며 “국회에서 만들 새 기구에서 조사를 하면 그 조사가 아주 원활히 되도록 충분히 준비해서 적극 협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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