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도는 일본의 심장부다. 정치 경제뿐만 아니라 일본의 지성과 양심의 중심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곳에서 일제의 침략을 아시아 민족해방을 위한 전쟁으로 미화하고, 식민지배가 조선 근대화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왜곡한 교과서가 채택되었으니 일본의 수준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우익단체와 지자체의 일탈이 아니라 일본을 이끄는 주도세력의 비뚤어진 역사관의 산물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본 총리와 일본 정부의 행보가 그런 결론을 내리게 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2001년 취임 이후 매년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고 있다. 우경화 노선을 걷고 있는 일본 정부가 내년에는 ‘국익 외교’를 내세워 동해의 일본해 표기와 독도 영유권을 강도 높게 주장할 방침이라고 한다. A급 전범의 위패 앞에 머리를 숙이는 총리, 주변국을 고려하지 않는 정부, 잘못된 역사를 교과서에 담는 단체가 우리 눈에는 한통속으로 보인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손발이 잘도 맞는다.
그런 일본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리까지 넘보려고 한다. 생생히 살아 있는 근세사를 왜곡하고 이웃나라의 정당한 분노를 외면하는 국가가 상임이사국이 되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역사 왜곡과 과거 미화를 세계적 차원으로 확대할 힘을 갖겠다는 것인가.
일본이 진심으로 유엔 안보리에서 세계를 위해 공헌할 의지가 있다면 과거의 잘못부터 씻어야 한다. 중국에서 “상임이사국 꿈도 꾸지 말라”는 목소리가 왜 나오는지 일본은 잘 알 것이다. 역사 왜곡병을 고치지 않으면 일본은 ‘보통국가’조차 될 수 없을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