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게이자이는 전날 이 총리와 가진 인터뷰 내용 중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회담으로 발전시키고 싶다. 북한측에도 그렇게 얘기하고 있다”는 발언을 인용해 이 총리가 북한측에 정상회담 개최를 타진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 정상회담 방식과 관련해 이 총리가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한국 방문이 먼저 이뤄지는 게 순서”라며 “그 후 정상회담의 합의를 이행하는 방법으로 총리급 회담이 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 총리가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 때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을 수행해 북한을 방문한 후에도 여러 차례 북한 요인과 만났으며 비공식적으로 방북 초청도 받았다”고 밝혔다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이 총리의 발언을 근거로 한국 정부가 6자회담과 남북교류를 동시에 진행시키면서 핵문제 타개를 위해 효과적인 시기에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한다는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보도가 나오자 총리실과 청와대측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그동안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북핵 문제에 의미 있고 중요한 진전이 있을 경우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인 만큼 자칫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바뀐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을 수 있는 민감한 내용이기 때문.
신문 보도를 접한 이 총리는 “왜 기사가 이렇게 났느냐. 내가 한 말을 갖고 바로 잡아라”고 말했다고 이강진(李康珍) 공보수석이 전했다. 이 총리는 보도 내용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이 수석은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모색하는 게 중요하며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의 중요한 진전이 있을 경우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정부의 종전 입장을 얘기한 것”이라며 “정상회담 ‘타진’ 등의 용어를 쓴 적이 없다”고 거듭 해명했다.
청와대 김종민(金鍾民) 대변인도 “정부 입장에 변화가 없고 상황 변화도 없다”고 일축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총리실 “녹음이 잘못돼서…”▼
“녹음이 잘못돼서….”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남북 정상회담 추진에 관한 이해찬 국무총리의 인터뷰를 게재한 27일 오전 총리실에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이 신문이 이 총리의 발언을 ‘남북정상회담 타진’으로 보도하자 기자들은 총리 공보비서관실에 인터뷰 원문을 확인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녹음을 했는데 기계 작동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니혼게이자이측에 녹음테이프를 요청했으니 조금 기다려 달라”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총리실은 오전 11시경 한국측 통역이 적은 총리 발언 내용을 1차로 기자실에 브리핑한 뒤 오후 3시경에야 니혼게이자이 서울지사로부터 건네받은 녹음테이프를 푼 발언 원문을 공개했다.
총리실은 “이 총리가 ‘북쪽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얘기하고 있다’고 말한 대목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니혼게이자이측은 이 대목에 의미를 두었지만 특별히 의미 있는 얘기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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