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의원은 이날 전남 구례 농협연수원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말하고 "60, 70년대 민주화세력과 80년 이후 민주화세력은 내용과 성격이 크게 다르다"며 "80년 이후 민주화운동은 분명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반민주.반시장 세력'이 중심을 이뤄왔고 이는 단순한 민주화운동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좌파 반체제 운동"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또 여권이 추진 중인 과거사 청산의 배경도 "6·25전쟁을 반봉건 반외세의 민족해방전쟁으로 보고 60년대 이후 산업화의 성공을 미국 일본에 대한 신식민지적 종속경제의 결과물로 보면서 대한민국 정체성 자체의 사상적 해체를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박 의원은 이런 여권의 움직임에 맞서 한나라당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원칙,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는 공동체주의, 세계주의 등 4가지를 기초로 한 '선진화'를 당의 이념으로 내세워야 한다고 제안한 뒤 여권과의 사상전에서 승리하기 위한 구체적 전술로 '모든 정책에 반드시 당이 지향하는 이념과 가치가 반영되는 이념정당화', '개인에 의존하는 사당적 성격 파괴', '호남과 화해하는 전국정당화', '선진화 비전을 담은 당명개정' 등을 제시했다.
당명개정과 관련,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명 개정은 이번 연찬회에서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당명 개정은 4.15 총선 전에 국민들에게 약속한 것 아니냐. 총선 전에만 해도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10% 대에 머물렀고 당명을 포함한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6.5 지방선거가 끝나자 당명 개정 얘기가 쑥 들어가지 않았느냐. 국민들은 당장 (한나라당이) 안주하는 것 아니냐고 얘기한 것 아니냐. (당명 개정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여러 의원들과 만나며 이 얘기를 해왔다"고 말했다.
한편 박 의원의 주제발표가 끝난 뒤 많은 의원들이 토론에 나서 당의 진로와 정체성을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다음은 토론 요지.
이규택 의원=당명 바꾸자고 유인물을 하나 냈다. 박세일 의원도 잠시 언급했다. 지난번 의총에서 국민이 OK 할 때까지 바꾸겠다고 했다. 부정적 이미지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차떼기당 등 말이다. 이건희 삼성회장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했다. 명분이 있다. 한나라당에 4선 이상은 7명 밖에 업다. 군사정권의 잔재가 남아있다고 보느냐. 초선들이 62명인데 새로운 시대를 만들 인물들이 많이 들어왔다. 3선들은 신한국당 출신들인데 과거 이미지를 벗어야하는 것 아니냐. 그럴 때가 왔다고 본다.
김문수 의원=한나라당이 처한 상황이 매우 어렵다는 발제자의 지적에 동감한다. 한나라당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최하 10시간 정도의 토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짧기에 요약해서 말하겠다. 그 과정에서 이해가 안되거나 무리한 논리 전개가 있을 수도 있다. 핵심은 수직적 줄서기, 군사적 명령획일주의, 관료적인 획일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평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과제다. 젊은 사람들이 한나라당과 함께 가면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총선 때 우린 천막당사로 갔다. 큰 결단을 내려서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 됐다. 국민들이 우리를 걱정해주어서 121석을 확보했다. 위기를 그나마 모면할 수 있었다. 천막정신이 주는 교훈은 '우리 자신이 정성을 다하면 국민이 우리를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진지하게 반성하며 국민들이 용서해준다. 새 당사에도 천막기념관이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천막정신이 사라지고 안방정신이 만연하다고 본다. 다시 천막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천막정신이 없으면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 발제자들이 훌륭한 말 했지만 천막정신의 부활을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
당명을 고칠 사유가 없다. 공화당에서 민정당으로 바뀔 때 역사적 계기가 있기에 민정당이 됐다. 민자당이 됐을 때 3당 합당이라는 계기가 있었다. 신한국당이 됐을 때도 그렇게 된 것이다. 한나라당으로 될 때 조순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과의 합당 과정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런데 지금 어떤 조직적 개편이나 정치적 사유가 있느냐. 한나라당 김문수로 당선됐다. 비례대표 한나라당 박찬숙으로 당선됐다. 우리 당명은 부정적이다. 내 자신이 피해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자기 당에 대한 최소한의 정당성과 합당성을 가지지 않고는 정치운동을 할 수 없다. 당명을 고치려면 밖의 선진화 세력을 형성하고 그들과 함께 한국 선진당이라고 하던지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의원들 80여명이 앉아서 당명을 바꾸면 누가 믿겠냐. 환골탈태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지금은 당명 개정의 명분이 없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 얘기하겠다, 우리가 잘못한 것은 반성하면 국민들은 우리를 용서해준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적이 맞으면 받아들여야 한다. 옳은 이야기라면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한나라당의 올바른 태도라고 본다. 과거사 중 우리는 잘못한 것이 많이 있다. 잘못한 것은 고치면 된다. 지적에 대해 '고치겠다'고 하면 더 많은 박수를 받는다. 정수장학회 문제를 말하겠다. 대표에게도 간접적으로 말했다. 정수장학회 문제, 우리 대표가 많은 의혹 제기를 받고 있다. 오히려 우리 대표가 이런 지적을 노 대통령, 열린우리당에서 하면 '감사하다' '좋다' 라며 '겸직하지 않는 차원에서 그런 보수는 필요 없다' '정수장학회 형성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하면 조사를 받아들이겠다'고 해야 한다.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것이다. 많은 의혹이 제기되면 한나라당으로서는 넘길 수 없는 문제이다. 어떻게 박근혜 대표에게 맡길 수 있느냐. 당 모두에게 피해가 가는데. 빨리 정리하는 것이 당과 대표에게 좋다. 신속한 결단을 내려주기를 바란다. 대표를 좋아하고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이다
수도 이전 반대에 91명의 의원들이 서명했다. 14%만이 수도 이전 찬성하고 있다. 수도 이전 문제야말로 국가 천년지대계다. 이 수도는 임진왜란 때 쫓겼다가도 다시 돌아왔다. 일제 식민통치 때도 수도가 서울이었다. 옮길 이유가 없다 수도를 옮긴다고 생각하고 북한산을 쳐다본다. 이만한 수도 세계 어디에 있느냐. 돈이 몇 조 든다는 문제가 아니다. 600여년 우리 선조들의 피와 눈물이 서려있는 수도이다. 돈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가치가 있는데. 한나라당이 이를 왜 이렇게 하느냐. 노 대통령을 대체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 왜 없는 지 국민들은 한탄하며 이 나라를 떠나고 있다. 수도 이전 문제는 많은 이들이 지지하고 있다. 이 수도에 자기 삶과 미래를 설계하는 터전으로 삼고 있다.
이방호 의원=도대체 우리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나. 이렇게 좌파편향적으로 갔을 때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상황이 되겠느냐. 노 정부가 여러 곳에 전선을 확대하고 개혁과 민족정기 바로세우기 등으로 포장을 해서 사회 전 분야에 좌파를 드리우고 있다. 의문사진상위 사건이나 적기가 방송 등 모두 연관이 있다. 좌파적인 분위기를 지적하면 우리 사회는 보수 수구 꼴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좌파적 트렌드로 말려들어간다면 우리나라가 중대한 문제에 봉착한다. 노 대통령의 일제 강점기 좌파 인사들에 대한 평가를 거론해보자. 서훈 추서 운운했는데 노 대통령의 잘못된 인식과 이해라고 생각하고 대단히 의도적인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에 대해 우리 당 주요 당직자의 논평을 신문에서 봤다. 옳다고 전제하고 사회적인 독립운동을 인정하면 된다는 역사인식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떻게 이들에 대한 훈장 서훈을 추진할 수 있느냐. 언젠가 통일된 역사를 쓴다면 그럴 수도 있지만, 한나라당은 분명한 역사관을 가져야 한다. 별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역사관에 대해서 정말 문제있다고 본다. 당내에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데 문제 있다고 본다. 열린 보수의 정체가 무엇이냐. 적기가 문제에 대해서 왜 이야기하지 않느냐. 건전한 보수의 정체를 밝혀달라. 우리 당 일부에서는 대북 유연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주는 돈으로 미사일과 핵무기를 만들고 있는데, 2003년에도 북한의 군비가 증강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확고한 대북 정책을 갖고 접근해야하는데, 이는 국민들에게 대단한 혼란을 준다. 이렇게 하면 보수로부터 배척받고, 진보 진영에서는 사이비로 평가받을 수 있다. 확고한 원칙을 갖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박세일 의원의 발제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이와 함께 우리 당은 야당성을 회복해야한다. 국민들에 분노할 때 정부에 대해 쓴소리 독한 소리하는 게 야당의 몫이다. 매운 소리 쓴 소리를 해야 한다. 야당은 이를 악 물고 거품을 물고 대항해야 한다. 전국의 많은 보수단체들이 흥분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우리 당은 어디 있었나. 이런 야당성 회복 없이는 존재 가치가 없다. 이 조치는 원내대표가 주도하고 있는데, 김덕룡 대표는 이전부터 존경하고 있다. 지역주의만 극복하면 국가지도자 감이라고 생각한다. 원내대표가 됐을 경우 과거 경륜을 살려 시원하게 해줄 줄 알았다. 원내대표의 말이 없다. 원내대표가 독하게 정부에 대해 독하게 말하는 모습을 찾아보지 못했다. 이 문제를 극복하지 않으면 설 땅이 없다.
마지막으로 서로 마음을 주면서 헤쳐 나가야 한다. 노 정권이 코드 맞는 386 중심으로 구성하고 할 때 우리가 비판했는데 우리 당도 코드 중심이면 안된다. 아주 제한된 범위 내에서 인원 구성하고 특정 코드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하면 이 당은 안된다. 많은 의원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열린 마음으로 당 운영하기를 바란다. 당헌 당규가 없으면 관행, 상식을 존중하면 된다. 인사 문제에 정실주의가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최근 일련의 모습은 원내대표의 지도력에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대선에서 1000만명이 우리 당을 지지했다. 김문수 의원이 당면 개정 불가론은 잘 설명했다. 새로운 세력이 떨어져나가든지 이런 변화가 있을 때 새로운 상품으로 내놔야 한다. 5.18에 대해 호남인들에게 사과해야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이전부터 이어져온 것이라는 전제 하에 나온 것 아니냐. 그 뿌리는 그대로 있는 것 아니냐. 우리 당의 역사를 단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꼭 하고 싶으면 국민과 의원들에게 물어봐서 압도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 승복할 수 있다.
이 당을 발전적 해체해서 신당을 만들 수도 있다. 당명 문제는 지도부가 선동하는 식으로 하면 안된다. 여러 의견을 경청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본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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