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초선 의원들이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개정된 정치관계법에 따라 후원회가 폐지되고 기업 후원금도 금지된 상황에서 인지도나 영향력이 떨어지는 초선 의원들은 세비에 의지해 살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돈 없다는 사실이 알려져 봐야 결코 의정 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한사코 익명을 요구한 열린우리당 A의원은 의정 활동 3개월 동안 빚만 늘었다고 푸념했다.
A의원의 수입은 세비와 후원금이 전부. 전문직 종사자 출신도 아닌 데다 후원금은 많아야 월 100만원 정도가 고작이다. 월 평균 600만원 정도의 세비가 A의원의 주 수입원인 셈이다. 그러나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은 수입보다 훨씬 많다. 의원들에게 ‘준조세’로 통하는 각종 단체의 회비 납부로만 월 100만원이 나간다. 또 대출받은 돈을 갚고 이자를 무는 데 월 200만원. 또 각종 보험료로 80만원을 지출한다.
정책 활동을 명분으로 차린 지역구내 비공식 사무실 유지비도 간단치 않다. 사무실 임대료 100만원, 3명의 직원 인건비 550만원 등 월 고정 지출액은 1030만원이나 된다. A의원은 매월 330만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 셈이다.인지도와 영향력을 갖춰 후원금이 비교적 많이 들어오는 몇몇을 빼고
대부분의 다른 초선의원들도 사정은 A의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당 B의원은 최근 자금난으로 보좌진들에게 은행대출을 지시했다. 또 C의원은 이미 보좌진 명의로 은행으로부터 수천만원을 대출받기도 했다.
의원들끼리 후원금을 ‘품앗이’ 해주던 전통도 사라지고 있다. 한나라당 김정훈(金正薰) 의원은 “의원들끼리 후원금을 내달라는 요구가 거의 사라졌다”면서 “서로 지갑 사정을 뻔히 아는데 아예 안 주고 안 받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의원들의 의정 활동도 위축되고 있다. 많은 사람을 만나 민심을 듣고 정책전문가들을 불러 정책 연구도 하고 싶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열리우리당 장경수(張炅秀) 의원은 “용역을 주는 전문적인 정책 연구는 아예 꿈도 꾸지 못한다. 수천만원의 비용을 충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초선 의원들은 자금난 해소 방안으로 후원회 부활 및 후원금 상한액 폐지를 주장한다. 지출이 투명해진 만큼 정상적으로 돈을 많이 받아 그만큼 의정 활동에 충실을 기하겠다는 논리다. 이들의 주장이 여권 내의 정치관계법 개정 움직임 속에서 얼마만큼 반영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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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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