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을 핵심으로 하는 이번 방안은 수도 이전 및 180∼200개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른 수도권의 불이익과 주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일종의 ‘반대 급부’라는 해석이 많다.
그러나 정작 수도권 규제완화의 수혜자인 기업들은 대체로 이번 조치에 대해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존의 ‘수도권 공장 총량제’는 그대로 유지되는 데다 그나마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선별적으로 신·증설을 허용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수도 이전을 위한 ‘홍보용’ 정책에 그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의 반응은 ‘시큰둥’=대기업이 수도권에 공장을 지을 수 있는 첨단 업종을 외국인 투자기업 수준으로 늘린다는 방안에 대해 재계는 일단 환영하면서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간부는 “정부의 자의적인 판단에 크게 좌우될 수 있는 선별적인 규제완화 조치는 오히려 투자 유발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면서 “중소기업의 탈(脫)한국 붐을 부추기는 수도권 공장 총량제의 경우 당장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기업의 경우 이번 조치에 구체적인 기준과 일정이 없다는 점에서 수도 이전에 따른 수도권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보였다.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제까지 정부의 태도를 감안하면 수도권 규제가 풀린다고 해도 각 기업이 까다로운 정부의 심사과정을 거쳐 원하는 입지에 공장을 세울 수 있을지는 두고 볼 문제”라며 평가를 유보했다.
▽청사진은 화려하지만 홍보용에 그칠 수도=정부는 이날 △서울은 도쿄, 상하이 등과 경쟁하는 동북아 금융·국제비즈니스 허브로 △인천은 중국 푸둥지구에 버금가는 동북아 물류·비즈니스 중심도시로 △경기도는 한국의 실리콘 밸리를 지향하는 첨단·지식기반산업의 메카로 육성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 대기업이 수도권에서 공장을 신·증설할 수 있는 업종을 현행 컴퓨터 등 14개 업종에서 25개 업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외국인 투자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 기한도 올해 말에서 앞으로 2년 이상 연장해 주기로 했다.
수도권 규제를 일부 적용하지 않는 ‘계획정비지구’도 함께 도입할 예정이다.
수도를 이전하고 난 뒤의 청와대와 북악산 주변은 역사공원으로 전환하고, 용산기지는 녹지공간과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도심발전 방안을 내놓았다.
한편 정부는 지방 발전을 위해 수도권과 대전·충남을 제외한 11개 시도에 ‘미래형 혁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방안을 함께 제시했다. ‘미래형 혁신도시’는 수도권에서 옮겨가는 공공기관이 중심이 되고 기업 학교 연구소가 연계해 인구 2만명 규모의 첨단도시를 만든다는 개념.
미래형 혁신도시를 만들려면 건설교통부 추산으로도 4조원 이상(1곳당 4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과연 이 정도의 재원(財源)이면 가능한지, 또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지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명지대 조동근(趙東根·경제학) 교수는 “수도권에서 기업의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일단 바람직하다”면서 “하지만 수도권 규제완화가 수도 이전을 위한 정치적 목적이라면 수도 이전의 당위성부터 점검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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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도입될 계획정비지구 주요 내용 | |
구분 | 내용 |
대상지역 | ―국제 금융, 대규모 외국인 투자 등 동북아 경제중심 육성에 꼭 필요한 산업을 유치 육성하기 위한 지역 등 ―공공기관 이전 등으로 지역경제의 활력 저하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지역 |
핵심 유치시설 | ―연구시설, 정보기술(IT), 미디어시설, 금융·업무 및 유통, 국제회의장, 문화·체육시설, 첨단 산업시설 등 |
지구지정 절차 | ―지방자치단체 개발계획을 입안하여 건교부 장관에게 지정 신청→수도권정비위원회의 엄격한 심의를 거쳐 제한적 지정 |
지원 내용 | ―과밀부담금 감면 등 수도권 규제의 선별적 완화 또는 차별 적용 |
자료:건설교통부 |
김광현기자 kkh@donga.com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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