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정부는 그동안 한나라당과 민간 경제연구소가 감세를 주장할 때마다 “감세는 효과가 없다. 재정지출 확대 정책이 낫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며 반박해 왔다.
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와 홍재형(洪在馨) 정책위원장은 지난달 9일 기자회견에서 “일부에서 소득세 감면 등을 주장하지만 효과가 제한적이며 가장 적극적인 경기 대응책은 재정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지난달 6일 “감세가 소득 증가로 연결되는 효과보다는 세수 감소로만 연결되는 경향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열린우리당이 소득세율 인하를 발표하기 사흘 전인 지난달 27일에도 “내년에도 감세 정책이 아닌 재정 정책으로 경기에 대응하기 위해 당과 정책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이 이같이 입장을 바꾼 데 대해 재경부는 “당에서 주도했다”며 즉답을 피했다. 당은 당대로 “감세는 심리적인 효과가 크다”는 궁색한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여권 안팎에서는 당초 재경부가 감세 정책에 반대했으나 당측이 ‘재정확대만으로는 부족한 만큼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감세 정책을 포함시킬 것을 고집해 관철시켰다는 것이 지배적 해석이다.
즉 한나라당이 감세정책을 먼저 치고 나온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이 재정확대 정책만 고수하는 것처럼 비친 것에 대해 정책 여당으로선 경제 살리기를 위해서라면 적절한 ‘정책조합(policy mix)’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었다는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정책전환 배경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는 바람에 이번 일을 당정간 불협화음의 한 사례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