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진호 안보보좌관 교체 유력…외교안보 ‘鄭-李 라인’ 새틀짜기

  • 입력 2004년 9월 1일 18시 55분


1일 청와대 안팎에서 권진호(權鎭鎬)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의 교체설이 나돌면서 외교안보라인에 새로운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권 보좌관의 교체설을 강력하게 부인하지 않았다. 김종민(金鍾民) 청와대 대변인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만 밝혔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직접 확인한 결과 그런 답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은 “권 보좌관 교체를 위한 후임자 물색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해 교체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권 보좌관의 입지는 지난달 초 정동영(鄭東泳) 통일부장관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으로 지명돼 외교안보 분야를 총괄하게 되면서 큰 변화가 생겼다. 권 보좌관은 이전까지 NSC 상임위원장과 사무처장을 겸임하면서 안보분야에 관한 대통령 보좌와 함께 NSC를 관장해 왔으나 입지가 상당히 축소된 상황이다.


외교안보 분야 총괄업무는 정 장관에게 넘어갔고, NSC 사무처는 이종석(李鍾奭) 사무차장이 장악하고 있는 만큼 자연스러운 결과이기도 하다.

권 보좌관의 교체는 10여일 전 노 대통령의 직접 지시로 검토에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지금의 외교안보 시스템이 어느 정도 안정됐다고 판단하고, 국가안보보좌관 자리는 다른 역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권 보좌관의 후임으로 중국 안보 전문가인 H교수가 떠올랐고 1차 검증작업까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와대 내에서 적임자가 아니라는 의견이 개진되면서 다른 후보자를 찾고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권 보좌관이 이 사무차장의 거취와 관련해 ‘월권(越權)’으로 볼 만한 발언을 했고 이 때문에 교체 문제가 거론됐다는 얘기도 흘러나왔지만, 청와대 관계자들은 일제히 이를 부인했다.

따라서 권 보좌관의 교체는 사실상 택일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9월 하순 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이전이냐 이후냐로 엇갈리는 상황이다. 권 보좌관은 현재 노 대통령의 방러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고 있고, 공식수행원에도 포함돼 있다.

또 후임자 물색 문제와 권 보좌관이 다른 자리로 이동하는 경우도 변수가 될 것 같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권 보좌관에게 외교안보 업무와 관련된 다른 자리를 제의했으나 거절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상황에 따라서는 외교안보 라인에 부분적으로 연쇄 이동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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