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7월 NLL 사태가 이번 작전예규 개정의 계기가 됐다는 것부터 납득하기 어렵다. 당시 사건의 본질은 해군이 북측의 교신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이지 북측 함정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더욱이 북측은 ‘중국 어선이 내려간다’는 거짓 교신으로 우리 군을 기만하기까지 했다. 이런 일이 왜 대북(對北) 대응 태세 완화로 이어져야 하는가.
이번 조치가 우리 군의 NLL 수호에 끼칠 심각한 악영향에 대해 군 수뇌부가 얼마나 고려했는지 의문이다. 예컨대 급박한 상황에 놓인 현장 지휘관이 북측 함정의 NLL 무력화 의도 여부까지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신중한 대응’은 우리 군에 ‘웬만하면 경고사격조차 하지 말라’고 주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것이 과연 군 수뇌부가 일선 장병들에게 할 소리인가. 중국 어선 단속 등을 위해 북측 선박의 NLL 진입을 허용하는 것 역시 반복되면 북한의 NLL 무력화 기도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
이런 식의 유약한 대응은 오히려 북한의 빈번하고 무모한 NLL 도발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다가 만약 2002년 서해교전 때와 같은 인명 피해가 난다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군 당국은 완화된 NLL 작전예규를 원래 상태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지금 급한 것은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서해상 핫라인의 정상화를 북측에 촉구하는 것이지 일방적인 대북 유화 제스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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