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부구조는 미국식, 하부구조는 유럽식.’
열린우리당이 정당구조의 새로운 실험을 벌이고 있다. ‘제4세대 정당’으로 불리는 이 같은 절충형 정당체제는 ‘진성당원 양성’과 ‘원내정당화’라는 두 마리 토끼몰이가 그 핵심이다. 하지만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절충”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불완전한 미국식 상부구조=올 1월 전당대회 직후 열린우리당은 ‘원내정당화’를 정치개혁의 화두로 내세웠다. 이 때문에 당의 중심을 당 의장과 원내대표로 이원화시키면서 지금까지 중앙당이 가져왔던 정책과 정치의 핵심 업무를 원내로 이관했다. 이는 중앙당을 두지 않고 의회 내에서 국회의원들이 모든 정책 및 입법과 예산활동을 맡는 미국식 정당을 모델로 한 것이었다.
원내대표의 권한도 막강해졌다. 과거 당의 총재가 모든 정책과 자금을 좌지우지했지만 이제는 당 의장은 당원관리 및 육성, 원내대표는 정책과 국회활동이라는 역할분담이 이뤄지고 있다. 당의 정책도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원들이 결정하는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정책 의총’이 자리 잡고 있는 것도 변화의 한 단면이다. 하지만 정책결정과정의 이원화로 인해 효율성과 신속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부구조는 유럽식=진성당원을 육성해 당원들의 의사가 당 정책과 노선에 반영되는 시스템이다. 여야는 당초 4·15총선 직전 지구당을 폐지키로 합의함으로써 ‘돈 먹는 하마’라고 불렸던 당원관리를 사실상 포기하는 듯했다. 그러나 열성 당원조직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선거 때문에 열린우리당은 지구당 조직을 대체하는 지역위원회를 시군구별로 조직키로 결정하고 지역위원회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내정당화를 향해 가던 당이 유럽식 대중정당 모델을 절충키로 한 것도 대중조직의 현실적 필요성 때문이다.
지역위원회의 경우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지구당위원장이 아닌 당원들의 합의하에 운영된다는 점에서 민주성이 강화됐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하지만 지역위원회의 헤게모니를 놓고 정파간 대립이 격렬해질 수 있는데다 금품을 통한 ‘가짜 진성당원’의 동원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또 지구당 폐지의 대의를 거스를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문제점=이 같은 정당 실험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화여대 김수진(金秀鎭·정치외교학) 교수는 “지금 열린우리당의 모습은 우리에게 맞는 정당조직 운영의 모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본다”며 “그러나 대중정당 조직과 원내중심이라는 두 개의 정당운영 모델이 충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의 지역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지구당 폐지를 번복하려는 것은 국민적 합의에 의해 미국식 원내정당 모델을 채택한 일을 뒤엎고 정략적 이해에 따라 유럽식 계급정당 모델을 도입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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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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