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한나라당 재선 의원은 최근 박근혜(朴槿惠) 대표와 이재오(李在五) 김문수(金文洙) 의원 등 비주류 인사들의 감정적 ‘맞대결’에 대해 이같이 곤혹스러움을 털어 놓았다.
여기엔 박 대표의 당 운영 방식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는 속내도 깔려 있다.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박 대표는 최근 측근들에게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고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향한 정체성 공세를 시작으로 대여 전선이 곳곳에서 펼쳐졌지만 몸을 던지며 돕는 의원들을 찾기 힘들다는 것.
박 대표가 지난달 29일 연찬회에서 40분간 마이크를 잡고 이재오 의원 등을 겨냥해 ‘직격탄’을 날린 배경엔 이 같은 아쉬움이 짙게 깔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측근은 “비주류는 함께 싸워야 할 이슈에는 아무 소리도 없다가 여권이 박 대표를 조준하는 시점에 맞춰 안으로 화살을 겨눴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31일 당 소속 12개 시도지사 회의의 소집 과정도 박 대표측을 자극했다는 후문이다.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측이 정기국회를 앞두고 지역 예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당 소속 시도지사 회의를 소집했지만 박 대표측은 이를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일정을 바꿔 참석했다.
▽수도 이전 논란 가속화=김문수 의원은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의원 92명이 수도 이전 반대에 서명해 수도 이전 반대가 사실상 당론”이라며 박 대표를 거듭 압박하고 있다. 이는 당 지도부가 연찬회를 거쳐 내놓은 ‘추석 전 당론 결정’ 카드를 무색케 한 것.
김 의원 등은 1일 국회에서 수도 이전 반대 국회의원 지방 의원 연석회의를 열어 세몰이에 나서기도 했다. 이 행사엔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과 손학규(孫鶴圭) 경기도지사측이 소속 지방 의원들의 참석을 독려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맞서 당 수도 이전 대책위원장인 이강두(李康斗) 최고위원은 1일 저녁 성명을 내고 “연석회의 결정은 한나라당의 당론과 무관하다”고 해명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소장파인 원희룡(元喜龍) 최고위원 등은 2일 반대 서명을 철회하는 등 수도 이전 논란은 당내 세 대결로 번지는 양상이다.
▽대부분 관망파=당내 주류-비주류에 속하지 않은 대다수 의원들은 “당의 구심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박 대표는 한마디 하면 따라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의원들이 그렇게 쉽게 움직이느냐”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엔 박 대표가 여권의 집요한 검증 공세를 헤쳐 나갈 수 있느냐는 회의론도 작용하고 있다. 두 차례 대통령선거의 실패를 떠올린 의원들이 선뜻 박 대표 주변에 뭉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
영남권의 한 의원은 “박 대표가 적전 분열 상태로 여권의 공세에 맞설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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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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