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 美軍 젠킨스씨 “北관리들 일본행 거부 압력”

  • 입력 2004년 9월 2일 18시 58분


동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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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복무 중 월북했다가 최근 일본의 가족과 합류한 찰스 젠킨스(64)가 북한에서 잦은 구타를 견디다 못해 소련 망명을 신청했던 일 등 그간의 북한 생활에 관해 처음 입을 열었다.

일본 도쿄의 병원에 머물고 있는 그는 1일자 홍콩의 영자지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1965년 월북 직후부터 72년까지 다른 미군 탈영병 3명과 한 방에서 살았는데 북한 당국은 탈영병들을 이간질하며 서로 견제하도록 했다. 젠킨스씨가 북한 당국의 말을 듣지 않으면 탈영병 중 한 사람을 시켜 구타했다. 그는 30차례 이상 구타당한 뒤 견디다 못해 1966년 평양 주재 소련대사관에 망명을 신청했으나 거부당했다.

그를 상습적으로 구타한 미군 탈영병은 지금도 북한에 살고 있다. 당시 이들이 머물던 방에는 침대도 상수도도 없었다.

젠킨스씨는 비참한 생활 끝에 1980년 일본인 납북자 소가 히토미를 만나 결혼하게 돼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며 목메어 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또 젠킨스씨는 올해 평양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 만나기 전 북한 관리들이 ‘총리와의 일본 동행을 거부하라’는 압력을 가했다고 밝혔다. 고이즈미 총리는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인이 들어 있는 동행 승낙 서류를 그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젠킨스씨는 월북 이유와 경위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미군에 의해 탈영 등 혐의로 기소된 젠킨스씨는 곧 주일미군사령부에 자진출두하겠다고 1일 성명을 발표했다.

1978년 북한에 납치된 그의 일본인 부인은 2002년 일본으로 돌아왔다. 이때 헤어진 젠킨스씨와 두 딸도 인도네시아를 거쳐 7월 18일 일본에 도착했다. 젠킨스씨 가족 4명은 현재 일본에 정착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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