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럽다. 시민단체도 아니고 명색이 집권당 의원들이 이런 식으로 행동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개인 차원의 서한’이라고 하지만 미 의회나 정부의 생각은 다를 것이다. 주한미군 병사가 돌에 맞아 피 흘리는 TV 화면이 철군 결정을 앞당겼다는 주장이 나올 만큼 민감한 상황이다. 반한(反韓) 감정의 또 다른 불씨가 될까 봐 걱정이다.
법안이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칠까 봐’ 그랬다지만 설득력이 없다. 미 하원도 이 점을 우려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도록 내용을 완화시켰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미 의회 내 온건파가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체제 붕괴를 유도하고 있다”고 하니 도대체 누구의 자존심인지 모르겠다. 굶주리고 핍박받는 북한 주민의 자존심인지, 아니면 북한 정권의 자존심인지 알기 어렵다. 문제의 서한이 미 온건파의 입지만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북한인권법안은 이들 소장파 의원이 의정 단상에 서기 훨씬 전부터 양식 있는 미국의 인권단체와 재미동포들이 북한 주민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추진해 온 노력의 산물이다. 그동안 워싱턴과 뉴욕 등지에서 열린 공청회만 수십 회가 넘는다.
한때의 오도된 감상적 민족주의로 이런 노력을 폄훼해서는 안 된다. 문제를 삼아야 한다면 이런 법안까지 나오도록 만든 북한 정권이지 법안 자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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