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한마디에 정책 "再考… 再考…"

  • 입력 2004년 9월 6일 18시 22분


《청와대와 열린우리당, 그리고 정부 부처가 부동산정책과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주요 경제정책 기조를 놓고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경제정책을 결정하고 조정하는 핵심 기관들이 시장에 엇갈리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침체에 빠진 부동산 거래가 더욱 위축되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건설교통부는 최근 주택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주택거래신고지역 해제를 논의한 결과 한 곳도 해제하지 않고 현재 신고지역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건교부와 열린우리당은 당초 지난달 17일 당정협의에서 가격 상승 우려가 없는 일부 동(洞) 지역은 주택거래신고지역에서 가급적 빨리 해제키로 의견을 모았다가 ‘유보’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강동석(姜東錫) 건교부 장관도 지난달 19일 기자브리핑에서 “수도권과 충청권을 제외한 광역시와 지방은 아파트 값이 안정돼 있다”면서 “별 문제가 없는 지역은 투기과열지구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었다.

하지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최근 “다른 정책적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부동산 가격 안정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직접 챙기겠다”고 밝힌 뒤 이 같은 정책변화가 이뤄졌다는 게 전 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당초 건교부와 재정경제부 등 경제 부처들은 부동산 가격 폭락에 따른 내수침체를 우려해 적극적인 건설경기 연착륙 대책에 나서려고 했다.

그런데 시민단체들이 이를 ‘개혁의 후퇴’로 비판하고 대통령이 부동산 가격 안정 의지를 강도 높게 표명하면서 정부 부처가 이를 의식해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당국자는 “건교부에 알아보니 ‘원래 요건이 안돼 (주택거래신고지역) 해제를 유보했을 뿐’이라고 하더라”며 “청와대가 개별 부처에서 진행되는 일에 일일이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건교부 관계자는 “투기과열지구 해제 여부는 적어도 가을 이사철 동안의 가격 움직임을 지켜본 뒤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해 연내 해제도 불투명한 상태다.

한편 홍재형(洪在馨) 열린우리당 정책위원장은 6일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당론 설명’이라는 제목의 보도 자료를 내고 “17대 총선 당 공약은 대기업 집단의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나가되 시장 투명성이 확보될 때까지는 기본 틀을 유지한다는 것”이라며 현행 제도 고수 방침을 밝혔다.

이는 노 대통령이 5일 MBC와의 대담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내가) 안 고쳐줬는데, 그것 때문에 투자가 안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기관에서 나와 있는 것이다”면서 제도 개선의 뜻이 없음을 밝힌 데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에 앞서 열린우리당 내에선 그동안 규제개혁특위 소속 위원들을 중심으로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기업투자에 애로가 되는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왔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당내 일각에서 이견이 있었지만 당론으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적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경제정책을 결정하는 주체들의 엇갈리는 메시지는 기업의 투자심리를 북돋우기보다는 불안심리와 불확실성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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