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어떻게 준비됐나=이 행사는 7월 디지털TV 전송 방식이 미국식으로 최종 결정됨에 따라 본격적인 디지털 방송 시대가 개막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번 행사는 방송위원회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문화관광부 등이 공동 주관했다. 삼성전자, LG전자, 이레전자 등 3개 가전업체는 디지털TV 제조업체로 행사장 안에 디지털 TV를 전시한 부스를 운용하는 형태로 참가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아테네 올림픽 홍보와 겹쳐 당초 참여를 거절했다. 하지만 방송위로부터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행사인 데다 부스당 1억원 정도의 설치비만 부담하면 된다”는 요청을 받고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비용 분담은 어떻게=행사를 주관한 방송위와 산자부는 총 8억원가량이 소요된 행사비용을 방송위와 각 부처, 방송사, 가전업체 등이 분담하기로 했다. 산자부는 행사를 앞두고 가전업체측과 비용 분담 문제를 논의했으나 업체측은 “전시 부스 운용에만 1억∼2억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데다 급하게 행사 참여를 요청받아 갑자기 예산을 마련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당초 방송위에서 행사안을 가져오면서 당장 예산이 없으니 3개 가전업체를 참여시켜 예산을 분담시키자고 했다”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에 전화를 했지만 업체들이 거부해 전시회에만 참여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가전업체들이 비용 분담을 거절하면서 행사비용의 상당 부분은 방송위의 방송발전기금을 끌어다 썼다는 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양 비서관의 개입=가전업체측에서 산자부측에 비용 갹출 거부 의사를 전달하자 지난달 말경 청와대의 주무 비서관인 양 비서관이 직접 나서 삼성구조조정본부 이순동(李淳東) 부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양 비서관은 해당업체인 삼성전자에 직접 전화를 하지 않고 구조본 임원에게 요청을 하게 된 것에 대해 “해당 계열사에 전화하는 것은 마음에 걸려서 그랬다”고 해명했다. 양 비서관과 이 부사장은 이전부터 안면이 있는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 비서관이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을 때 이 부사장은 자리에 없었고, 양 비서관은 여직원에게 전화번호를 남겨놓았다. 다음날 이 부사장은 회신 전화를 걸었고, 양 비서관은 “방송사나 관련 부처도 어려운 가운데 비용을 분담했는데, 가전업체도 비용을 분담하는 게 맞지 않느냐”며 비용 분담을 요구했다.
주무 임원이 아니어서 전후 사정을 모르고 있던 이 부사장은 “사실관계를 알아보고 전화를 주겠다”고 답했고, 결국 가전업체의 비용 분담은 이뤄지지 못했다. 양 비서관은 삼성측의 비용 분담이 어렵다는 점을 확인한 뒤 방송위의 방송발전기금으로 가전업체의 분담액을 메우기로 했고, 다른 업체에 더 이상 분담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비용 분담 요구 어떻게 밝혀졌나=디지털 방송 선포식을 전후해 일부 부처와 업계에는 “정부 쪽에서 기업들에 행사비 분담을 요청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인터넷 매체인 e-데일리는 정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이 같은 얘기를 듣고 3개 가전업체측에 사실 여부를 문의하는 과정에서 양 비서관이 삼성측에 전화를 건 사실을 확인했다.
e-데일리는 7일 정오경 이를 보도했고, 양 비서관은 처음에 부인하다 결국 시인했다. 양 비서관은 7월 ‘청와대 브리핑’에 ‘조선 동아는 저주의 굿판을 걷어치우라’는 글을 실은 장본인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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