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경남도 망하게 하는 방법은?

  • 입력 2004년 9월 7일 21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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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거부하는 ‘철밥통’과 정책결정 과정에서 탑(Top·도지사)의 의견에 무조건 ‘예스’만 하는 중간 관리자들의 행태가 계속되면 경남도는 망할 것이다.”

김태호(金台鎬) 경남지사가 7월 22일 실국장 회의에서 8월말까지 제출토록 한 ‘경남도를 망하게 하는 방법’에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됐다.

대부분의 실국은 A4용지 4∼18매의 보고서를 김채용(金采溶) 행정부지사를 거쳐 8월 하순 김 지사에게 전달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13일 공개될 예정이다.

‘경남도 패망론’을 만들기 위해 과장과 계장들로 태스크포스 팀을 구성했던 경제통상국은 인기에만 영합하는 포퓰리즘의 만연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도지사가 표를 의식해 법적인 부분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무원노조와 ‘인사협약’을 체결하고 과장과 국장도 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 ‘씹힐’ 것을 우려해 소신을 펴지 못한다고 밝혔다.

또 직위공모제와 다면평가를 의식한 나머지 상당수 직원들이 인기관리에 급급한 것도 도청을 병들게 한다고 진단했다.

몇 차례 자체회의를 거친 보건복지여성국은 △컴퓨터 카드놀이와 주식거래 등으로 시간만 때우는 공무원 △학벌과 파벌위주의 인력배치 △선거 때만 되면 소외계층을 챙기는 관행 △비공식 조직을 만들어 갈등을 확산시키는 풍토 등이 고질적인 병폐라고 진단했다.

기획관리실의 경우 △선심성 대형 프로젝트의 남발 △정책 우선순위 고려 없는 행정 집행 △갈수록 무능해지는 조직원 등이 경남도를 망하는 길로 인도한다고 지적했다.

건설도시국은 10년 전 삼성경제연구소가 만들었던 ‘삼성이 망하는 법’을 참고해 공무원의 태도와 업무처리 방식의 문제점을 끄집어내고 대안을 제시했다.

공보관실은 도의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경남의 색깔이 없으면 망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번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각 실국은 보안을 유지하며 치열한 탐색전을 벌였으나 김 지사가 당초 의도했던 만큼의 뾰족한 답안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13일 열리는 실국장 회의에서 패망론에 대한 총평과 함께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경남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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