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委 친일진상법 개정안 열띤 공방

  • 입력 2004년 9월 8일 18시 44분


8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 출석한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왼쪽)이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배석한 행자부 간부의 보고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날 여야는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의 상정 문제를 둘러싸고 오랫동안 설전만 계속했다.-김경제기자
8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 출석한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왼쪽)이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배석한 행자부 간부의 보고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날 여야는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의 상정 문제를 둘러싸고 오랫동안 설전만 계속했다.-김경제기자
열린우리당이 제출한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의 상정 문제를 다루기 위해 8일 열린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여야간의 설전으로 시종했다.

이용희(李龍熙) 위원장은 개정안 상정을 둘러싼 여야 충돌을 우려한 듯 당초 예정됐던 7건의 의사일정 맨 끝에 개정안 상정을 위한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을 배치했다.

오후 4시반경 일반 안건을 끝내고 이 위원장이 개정안 상정을 표결 처리하려 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하면서 토론을 요구해 여야 공방이 길게 이어졌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친일 진상 규명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전제 아래 일단 기존의 제정법이 시행된 후 문제가 있으면 개정 여부를 논의하자고 주장했다. 또 자체적으로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으니 추후 양당 개정안을 함께 상정하자는 논리를 내세웠다.

한나라당 간사인 이인기(李仁基) 의원은 “보름 후인 23일부터 기존 법률이 시행되는데, 한 번도 시행하지 않고 바꾼다면 법적 안정성과 국회의 권위가 무너진다”며 상정에 반대했다. 이 의원은 개정안 내용에 대해서도 “국민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고, 조사 대상도 지나치게 재량범위가 넓다”며 ‘헌법파괴적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재창(李在昌) 의원은 “이렇게 중대한 법안을 여야 합의를 기다리지 않고 표결까지 강행하면서 상정할 만큼 시급한가”라며 ‘선(先) 협상’을 주장했고, 김기춘(金淇春) 의원은 “시행을 앞둔 법을 고치는 것은 태아를 성형수술하자고 칼을 대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에 열린우리당 간사인 박기춘(朴起春) 의원은 “16대 때 통과된 제정법은 야당 때문에 누더기 법안이 됐기 때문에 발효일인 23일 전에 개정하는 게 오히려 법적 안정성을 담보하는 길”이라며 “여야 171명이 발의하는 등 법적 요건도 갖췄고, 역사와 민족의 정통성을 바로 세우고자 하는 대의도 있는 만큼 곧바로 상정하자”고 주장했다.

최규식(崔奎植) 의원은 “16대 때 제정법이 통과되자 시민단체들은 이를 ‘친일파보호법’ ‘반민족행위 처벌 저지법’이라고 비판했다”며 “그런 누더기 법을 그대로 발효시키는 것은 의원들의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한편 행자위가 열리기 전 여야 지도부는 회의를 갖고 대책을 숙의했다.

열린우리당 이부영(李富榮) 의장은 확대간부회의에서 “건국 이후 (친일문제를) 이때까지 정리하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조속 처리 방침을 확인했다.

한나라당도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개정안 상정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확인하는 한편 상정이 강행될 경우 고등계 형사와 헌병은 계급에 관계없이 조사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조사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자체 개정안을 내기로 결정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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