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표가 이같이 강경한 방침을 밝힘에 따라 국보법의 존폐를 둘러싼 여야 대치는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박 대표는 이날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가진 특별기자회견에서 “국가 보위와 체제 수호의 최후 책임자인 대통령이 앞장서서 대한민국 체제의 무장해제를 강요하고 대한민국을 엄청난 이념갈등과 국론분열로 몰아넣고 있다”고 노 대통령을 비난했다.
이어 “남북한간 군사적 대치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지금 우리 체제의 근본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수호하는 데 추호의 빈틈도 허락해선 안 된다”며 “국보법 폐지를 나의 모든 것을 걸고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또 박 대표는 “만약 국민을 무시하고 끝까지 폐지를 강행하려 한다면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여권이 밀어붙인다면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국민과 함께 대정부 투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사 진상규명에 관해 박 대표는 “당당하게 임할 것이며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를 단호히 배격한다”면서 “노 대통령은 국보법 문제와 과거사 논란으로 더 이상 나라를 어지럽히지 말고 경제살리기를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김현미(金賢美)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자부심이 우리 체제를 지켜주는 것이지 국보법이 지켜주는 게 아니다”며 “인권을 침해하는 국보법을 고수하겠다는 사람은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반박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열린우리당, 국보법 폐지 당론결정▼
열린우리당은 9일 의원총회를 열어 그동안 논란이 돼온 국가보안법을 폐지키로 당론을 결정했다. 열린우리당은 국보법 폐지로 인한 안보상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형법을 개정하거나 특별법 형태의 보완입법 제정을 검토키로 했다.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정책의총 직후 브리핑을 통해 “우리 당은 국보법의 반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성격을 고려해 이 법을 폐지키로 결정했다”며 “다만 폐지로 인해 있을 수 있는 안보 공백에 대한 불안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을 동시에 강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우윤근(禹潤根) 의원이 마련한 형법 보완안과 최재천(崔載千) 의원이 준비한 ‘파괴활동 금지법’이라는 명칭의 별도 입법안이 소개됐으나, 어느 쪽을 택할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열린우리당은 당내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추석 전까지 형법 보완과 대체입법 중 하나를 채택키로 하고 정기국회 회기 중 국보법 폐지와 보완법안을 동시 처리키로 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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