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표 “남북교류는 교류고 안보는 안보”

  • 입력 2004년 9월 9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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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9일 오전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 기자실에 들어선 뒤 기자회견이 끝날 때까지 내내 굳은 표정이었다.

박 대표는 평소 중요한 정치적 판단을 대체로 혼자 결정했으나 이날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은 회견 전 당 운영위원회의에서의 독회를 거쳐 확정했다.

한 측근은 “그만큼 국가보안법 폐지를 막는 데 온 당력을 쏟아 붓겠다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최근 이 문제로 박 대표의 흰 머리가 더 늘었다”고 전했다.

이날 회견장에는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 김형오(金炯旿) 사무총장, 원희룡(元喜龍) 이규택(李揆澤) 최고위원 등 지도부 및 소속 의원 30여명이 배석했다. 다음은 회견 일문일답.

―국보법 폐지를 막는 데 모든 것을 걸겠다고 했는데 저지하지 못할 경우 대표직을 사퇴할 수 있나.

“모든 것이 포함된다. 국보법 폐지는 친북 활동의 합법화를 의미한다. 대낮에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도 인공기를 휘두르고 북한을 찬양해도 제재를 받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다.”

―국보법을 존치하는 것이 남북 교류에 걸림돌이 된다는 시각도 있다.

“(갑자기 목소리 높이며) 국보법으로 남북 교류가 잘못된 것은 없다고 본다. 국보법으로 남북 교류가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상한 것 아니냐. 많은 국민이 남북 교류에 찬성하면서 동시에 국보법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남북 교류는 정부 여당이 국가 체제를 확고히 지킨다는 신뢰를 보여줄 때 국민의 공감대를 받아 제대로 될 수 있을 것이다. 교류는 교류고, 안보는 안보다.”

―국보법 개정의 구체적인 방향을 말해 달라. 국보법이라는 법명을 바꿀 용의가 있나.

“국가보안법이든 국가수호법이든 우리 체제를 안전하게 지키는 법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개정 방향은 당의 중지를 모아 결정하겠다. 예를 들어 정부 참칭 등의 항목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사람도 있고,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는 사람도 있다.” 회견을 마친 박 대표는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이전보다 가늘어 보이는 그의 오른손엔 어느 때보다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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