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保法 고수 주장하는 사람은 민주주의 거론 자격 없다”

  • 입력 2004년 9월 9일 18시 47분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9일 국회에서 정책의총을 열어 국가보안법 폐지 당론을 확정했다. 의원들이 자유토론에 앞서 배포된 국가보안법 폐지 관련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김경제기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9일 국회에서 정책의총을 열어 국가보안법 폐지 당론을 확정했다. 의원들이 자유토론에 앞서 배포된 국가보안법 폐지 관련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김경제기자
9일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에 대한 당론 결정을 위해 열린 열린우리당 정책의원총회는 별다른 반발 없이 1시간 만에 국보법 폐지를 당론으로 결정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방송에 출연해 국보법 폐지를 언급한 지 4일 만에 여당이 대통령의 뜻에 부합한 폐지 당론을 공식으로 정한 셈이다.

이날 의총에선 그동안 국보법 개정을 주장했던 당내 개정파들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고 참석한 의원 80여명 대다수가 폐지에 동의했다.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에서부터 분위기를 잡아갔다. 천 대표는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법률인 국보법을 고수하겠다는 사람은 민주주의를 거론할 자격이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천 대표는 이어 “국보법의 의도는 간첩이나 파괴분자를 잡는 법인데 멀쩡한 생사람도 많이 잡아왔다”면서 “꿩 잡는 매가 집에 있는 닭을 잡는 사고를 치고, 닭을 보고 꿩이라고 우기는 것이 이 나라에서 국보법 고수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라고 강조했다.

자유토론에 앞서 소개된 국보법 관련 대안에서 국보법 개정안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우윤근(禹潤根) 의원이 국보법 폐지를 전제로 형법보완안과 대체입법안만 설명한 뒤 곧바로 찬반토론에 들어갔다.

박상돈(朴商敦) 의원은 “국보법을 폐지한다면 대체입법 등 국민을 설득할 방안을 내야 한다”고 대체입법을 강조했고, 정장선(鄭長善) 의원은 “고정 지지층을 고려해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형법보완론을 주장하는 의원들은 “국보법을 폐지한 뒤 대체입법으로 또 다른 보안법을 만든다면 혼란과 논쟁이 있을 것”이라며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을 갖고 전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시민(柳時敏) 의원은 “국보법을 폐지하더라도 형법으로 보완해 법률 공백을 막아주면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임종인(林鍾仁) 의원은 형법보완이나 대체입법 없이 국보법만을 폐지하자고 주장했다.

▲형법보완-대체입법 중 추석전 최종안 선택

국보법 폐지를 당론으로 결정함에 따라 열린우리당은 이제 형법보완이냐 대체입법이냐의 선택만 남은 셈이다.

형법보완안은 내란죄의 대상을 넓혀 테러집단과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한 단체까지 포함시켰다. 여기에 북한을 규정하기 위해 형법의 준적국 개념에 ‘국토를 참절할 목적으로 지휘통제를 갖춘 단체’를 포함시켰다. 그러나 엄격하게 법을 적용할 경우 북한이 내란죄의 적용 대상이 되는지는 여전히 논란이 될 전망이다.

대체입법안은 7조 14항으로 구성된 ‘파괴활동금지법’. 이 법안은 반국가단체를 ‘헌법에 규정된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목적으로 구성된 국가에 준하는 단체’로 규정했다. 법안은 또 현행 반국가단체 구성 및 가입, 간첩죄, 금품수수죄 등은 반국가단체 규정의 변경에 따라 일부 수정하되 잠입 탈출 찬양 고무 회합 통신 불고지 등의 조항은 삭제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형법보완을 주장한 이상 이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최종 결정까지는 당내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여론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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