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표 강공 배경]폐지반대 여론 압도적… 정면 승부수

  • 입력 2004년 9월 9일 18시 47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9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특별기자회견을 갖고 노무현 대통령이 언급한 국가보안법 폐지를 모든 것을 걸고 막겠다고 밝혔다.-서영수기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9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특별기자회견을 갖고 노무현 대통령이 언급한 국가보안법 폐지를 모든 것을 걸고 막겠다고 밝혔다.-서영수기자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9일 국가보안법 폐지를 저지하는 데 대표직을 걸겠다고 강공드라이브에 나선 것은 국보법 폐지 반대 투쟁을 ‘승산 있는 게임’으로 판단했기 때문인 듯하다.

실제로 한나라당이 전날(8일) 저녁 긴급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가보안법의 ‘부분 개정’의견을 밝힌 응답이 56%로 폐지 의견(15%)보다 4배 정도 높았다. ‘현행 유지’ 의견(19%)까지 합치면 국보법 폐지에 반대하는 의견은 75%나 됐다.

이에 따라 박 대표는 국보법 폐지에 반대하는 여론을 등에 업고 정면 승부를 펼쳐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면대응이 과거사 문제 등에 관한 여권의 압박에 공세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지렛대이기도 하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판단이다.

박 대표가 회견에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새롭게 규명할 것은 규명해서 그늘진 역사까지도 햇빛 아래 비춰야 한다”며 “당당하게 임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공세적 자세로의 전환과 맥이 닿아 있다.

한 핵심당직자는 “폐지 반대론이 압도적인 국보법 이슈는 한나라당에 매력적인 만큼 당분간 국보법 폐지 반대 여론을 확산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외투쟁 등 극한적 투쟁은 당분간 지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기국회가 열려 있는 상황에서 장외투쟁에 나설 경우 ‘구태정치’라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국보법 폐지 발언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내용의 당보를 배포하는 등 대국민 선전전에 주력할 계획이다. 추석 연휴를 겨냥해 민심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산이다.

한편 박 대표의 승부수엔 당내 리더십 강화를 위한 노림수도 깔려 있다. 국보법 사수에 당력을 집중함으로써 비주류와의 갈등이 표면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지난달 29일 의원 연찬회에서 비주류인 이재오(李在五) 김문수(金文洙) 의원과 정면충돌하면서 리더십의 위기를 겪어 왔다. 한 측근은 “연찬회 이후 박 대표가 잠을 못 이룬 적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박 대표의 앞길이 마냥 순탄할 것 같지는 않다.

일단 당내에선 국보법 개정 의견이 다수이지만 구체적인 개정 방향에 대해선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여권이 ‘수의 힘’을 앞세워 국보법 폐지를 위한 표 대결을 밀어붙일 경우 이를 막아낼 ‘묘책’도 마땅치 않다. 박 대표의 리더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라선 셈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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