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검찰과 법원의 소환에 불응하는 경우보다도 훨씬 가혹해 논란을 빚고 있다. 법조인들은 “진상규명위원회에 검찰이나 법원보다 더 큰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며 “처벌법이 아니라 진상규명법인 법안의 취지에 비춰볼 때도 이는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동행명령과 거부시 형량=개정안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요구에 불응하는 조사대상자에 대해 진상규명위원장이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동행명령은 출석요구에 불응한 사람에 대해 위원회가 지정한 장소까지 함께 갈 것을 명하는 것.
동행명령 이유와 유효기간 등이 적힌 동행명령장은 위원회 직원이 조사대상자에게 제시하고 집행할 수 있다. 조사대상자가 동행명령을 거부하거나 제3자를 통해 동행명령의 집행을 방해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영장주의 위배 가능성이 있다=이처럼 강제력을 가짐에 따라 사실상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동행명령장을 법원의 동의 없이 발부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헌법상 영장주의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있다.
헌법 제12조는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체포 구금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른 법과 비교해도 심하다=형법상 협박죄와 주거침입죄의 법정 최고형이 징역 3년이고, 혼인빙자간음죄는 징역 2년에 불과하다. 동행명령 거부의 죄질이 이들 범죄만큼 나쁘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른 특별법과 비교해도 개정안은 형량이 과도하다. ‘의문사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은 동행명령 거부시 형량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지나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특별검사법’도 같은 사안에 같은 액수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다.
재판 증인으로 출석하라는 법원의 요구에 불응할 경우엔 5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고작이다.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은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 법은 조사와 처벌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친일진상규명법과는 성격이 다르다.
▽조사대상자와 참고인 구별도 없다=수사기관은 피의자가 소환에 불응하거나 도주하면 체포영장 등을 통해 강력하게 대처할 수 있지만 참고인의 경우엔 아무런 제재 방법이 없다. 따라서 경찰이나 검찰은 참고인이 소환에 불응하더라도 어찌할 수가 없다.
개정안은 이 같은 구별도 없이 조사에 응하지 않는 참고인까지 함께 무겁게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법무부와 검찰도 ‘참고인 강제구인제도’ 같은 것을 검토한 적이 있으나 인권침해 소지 때문에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더 무거운 처벌규정도 있다=진상규명위원이나 직원, 감정인 등의 업무수행이나 진술을 방해 또는 강요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은 더욱 무겁다.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조사대상자나 관계자가 관련 증거를 숨기고 없애거나 변조할 경우에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위원회가 진술서나 자료, 물건 등의 제출을 요구했는데도 2번 이상 불응하는 것과 같은 가벼운 위반에도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초법적 조사와 기밀유출 위험=위원회에 초법적인 조사권을 준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개정안은 ‘위원회의 조사에 필요한 관련 자료나 물건이 국가기밀인 경우 국무총리가 그 사유를 소명해 위원회에 문서로 통보해야만 조사를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해 정부기관의 조사 거부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조사과정에서 중요한 국가기밀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동행명령 거부 및 소환 불응시 처벌규정 비교 | |
법 또는 제도 | 처벌 규정 |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 | 동행명령 거부시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 |
친일진상규명법(기존법) | 처벌 조항 없음 |
법원의 증인 소환 | 50만원 이하 과태료, 불출석으로 인한 비용의 배상을 명할 수 있음 |
검찰의 참고인 소환 | 처벌 조항 없음 |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특별검사법 | 동행명령 거부시 1000만원 이하 벌금 |
의문사진상규명법 | 동행명령 거부시 1000만원 이하 과태료 |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 국정감사 국정조사 증인 불출석시 3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 |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