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지자체 입찰수수료 없애주오”

  • 입력 2004년 9월 9일 21시 23분


경북 고령지역의 한 소규모 건설업체는 지난해 관공서가 발주하는 공사 입찰에 총 400여차례 응찰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이윤 4000여만원으로 사무실 운영비와 세금 등을 빼면 남는 게 없었다”며 “건설 경기가 나빠져 입찰 수수료조차 내기 힘든다”고 말했다. 입찰 수수료는 건설업체들이 관공서 공사 입찰에 참가할 때 내는 것으로 보통 1만원.

이 회사는 지난해 종합소득세는 200여만원을 냈으나 입찰 수수료는 400만원을 지출했다.

건설업체의 규모에 따라 연간 400만∼1000만원 정도가 입찰 수수료로 나간다. 이처럼 입찰 수수료를 내야 하는 일반건설업체(토건 토목 조경 등)와 전문건설업체(실내건축 석공 철근콘크리트 등)는 전국적으로 8만여개소에 달한다.

현재 전국 자치단체 중 74곳과 대부분의 교육청만 입찰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대구지역의 경우 5개 자치단체는 수수료가 없고 4곳은 1만원씩 받고 있으며, 경북지역은 경북도와 의성군을 제외한 자치단체가 1만원이나 5000원을 받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경북도회 등은 2년 전부터 입찰 수수료를 폐지해줄 것을 자치단체에 호소하고 있다. 공사 입찰이 2002년부터 대부분 조달청에 의뢰하는 전자입찰 방식으로 바뀐 데다 수수료 부담이 너무 커다는 게 이유다.

경북의 기초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2002년부터 수수료를 폐지한 의성군 관계자는 “전자입찰이 도입돼 자치단체에서 공사 공고를 하는 것 외에는 특별히 행정비용이 생기지 않아 폐지했다”고 말했다. 입찰수수료를 폐지하려면 자치단체별로 제정한 ‘수수료 징수 조례’를 변경해야 한다.

경북도회는 최근 다시 도내 22개 시·군에 입찰 수수료 폐지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냈다. 건설업체들이 입찰 수수료를 올 들어 더욱 버겁게 느끼는 것은 주택 건설경기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공사를 따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

한국은행에 따르면 2·4분기 중 전국적으로 부도가 난 건설업체는 192개소로 1·4분기(167개소)보다 15%가량 늘었다. 업체 중에는 연간 수백 건씩 입찰에 참가하면서 한 건도 공사를 따지 못하고 수수료만 날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한건설협회 경북도회 조완희(趙完熙) 차장은 “낙찰 가능성이 적은데도 어쩔 수 없이 하루에 수십 건씩 입찰에 참가하는 업체가 수두룩하다”며 “자치단체들은 건설업체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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