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 폭발?=백 외무상의 ‘건설용 폭파’ 발언은 여러 측면에서 설득력이 있다. 우선 북한은 개마고원 일대 고지대의 수력자원을 낙차가 심한 압록강 쪽으로 돌리면서 전력을 생산해왔다. 실례로 자강도 위원군에 위치한 장자강수력발전소의 경우 장자강을 막아 압록강 쪽으로 물을 흘리며 9만kW의 전력을 얻고 있다.
김형직군에는 대규모 발파로 수력발전소를 건설할 만한 수력자원은 없다. 하지만 이웃한 자강도 낭림군에 수력자원이 풍부한 장진강과 장자강호와 규모가 비슷한 낭림호가 있어 물길로 연결할 경우 적지 않은 전력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미 110km의 지하터널을 뚫어 대규모 유역변경식 수력발전소인 서두수 발전소를 건설한 적이 있기 때문. 금강산발전소도 100리 지하갱도로 인근 지역의 수자원을 끌어 쓰고 있다.
북한은 또 기념일을 맞아 대규모 ‘기념 발파’를 해왔다. 왜 9일 폭발이 있었는지를 설명해 줄 수 있는 대목. 북한에서는 발파로 날려 보내는 흙의 양이 10만m³일 경우 ‘10만산 발파’라고 부른다. 토량을 일정 방향으로 쏟아내는 ‘지향성 대형발파’의 경우 막대한 운송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 북한이 선호하고 있다. 90년대 중반 금강산발전소 공사나 2000년 평양∼남포 고속도로 공사 때도 수십만산 규모의 발파가 있었다.
마을의 개울에까지 소형 발전소를 세울 정도로 심각한 전력난도 발전소 건설용 발파 발언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북한 북부지역 주요 수원 및 수력발전소 |
▽풀리지 않는 의혹=그러나 북한이 9일 정권 창건기념일을 맞아 벌인 대규모 발파작업을 전혀 ‘선전’하지 않은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이 같은 기념행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해 왔기 때문. 특히 산을 날려 보낼 정도의 대규모 발파라면 준비에만 수개월이 걸리고, 북한 신문과 방송은 행사 당일 적극 ‘선전’하는 것이 상례였다.
지난달 14일 북한의 평양방송은 평안북도 간석지 개간 중 진행한 16만산 대발파를 보도한 적이 있다. 7월 23일 대안친선유리공사 건설장에서 진행한 30만산 대발파, 3월 4일 백마 철산 물길공사에서 진행한 15만산 대발파 등 올해 들어서만도 수많은 대발파가 조선중앙방송과 중앙통신 등에 의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폭발지점에서 100km 떨어진 양강도 삼수군에서 5월 삼수발전소가 착공될 때도 발파식에는 총리 등이 참석했고, 역시 북한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그러나 북한 정권 창건일을 맞아 진행됐다는 이번 폭발에 대해 북한 언론은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다. 특히 장소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부 이름을 딴 김형직군에서 벌어진 것이어서 ‘간과’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장자강호의 물을 김형직군까지 끌어들이려면 국가적 차원의 대규모 지원이 불가피한데도 수력발전소 건설이 예고된 적은 없다.
기술적으로 매우 위험한 발파작업을 왜 밤에 했느냐는 점도 의혹이다. 대규모 발파는 안전을 고려해 낮에 실시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 북한 당국도 발파작업을 대부분 낮에 실시하도록 ‘지도’해왔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