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을 사이에 두고 인접해 있는 전북 군산시와 충남 서천군은 최근 ‘진포(鎭浦)’라는 옛 지명을 놓고 서로 마찰을 빚고 있다.
서천군과 서천군문화원은 최근 수년 동안 서천역사 규명 심포지엄 등을 통해 ‘진포’를 서천의 옛 지명으로 규정하고 이를 토대로 ‘진포대첩’을 관광상품화 하려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진포대첩이란 고려 우왕 6년 최무선 장군이 화약을 이용해 왜선 500여척을 격침시킨 전투.
이에 대해 군산문화원은 “진포는 옛 군산의 지명으로 각종 문헌에도 나와 있다”며 서천군에 항의하고 나섰다.
전북 익산시와 가까운 충남 부여군도 서동왕자(백제 무왕) 설화의 연고권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익산시가 수년전부터 개최해온 ‘마한민속예술제’의 명칭을 ‘서동축제’로 바꿔 다음달 행사를 치를 계획이지만 부여군이 서동과 선화공주의 사랑을 테마로 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것.
익산시는 서동이 익산 지역 출신의 왕족인 점을 내세우고 있는데 반해 부여군은 훗날 무왕이 사비(지금의 부여)로 천도한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구전 설화인 ‘콩쥐팥쥐’의 무대를 놓고는 전북 완주군과 김제시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설화에 등장하는 ‘전주 서문 밖 30리’를 놓고 전북 완주군 이서면 앵곡 마을과 김제시 금구면 둔산마을이 서로 자기 마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것.
두 마을간 거리는 수백 미터에 불과하다.
또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 장수를 껴안고 강물로 투신한 논개와 관련해 전북 장수군과 경남 진주시는 각각 ‘논개의 출생지’ 및 ‘거사지(擧事地)’임을 내세워 제각기 기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전북 남원시 아영면과 인월면도 고전소설 ‘흥부전’의 무대가 자신들의 고장이라고 연고권을 주장해 오다 “각각 출생지와 발복지(發福地)”라는 어정쩡한 타협으로 일단 논쟁을 마감했다.
이처럼 자치단체들이 역사나 설화 속 인물 등에 대해 연고권을 주장하는 것은 이를 문화 관광상품으로 활용해 지역 이미지를 홍보하고 주민소득높이기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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