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소속 위원회, 확 줄여야 한다

  • 입력 2004년 9월 15일 18시 29분


노무현 정권 들어 대통령소속 위원회 수가 전 정권에 비해 3배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 동북아시대위, 정부혁신·지방분권위 등 자문위원회만 18개로 늘었고, 여기에 중앙인사위, 규제개혁위, 의문사규명위, 부패방지위 등 4개 행정위원회까지 합치면 모두 22개에 이른다. 헌법상 독립위원회인 국가안전보장회의, 민주평통자문회의 등을 포함시키지 않더라도 역대 정권 중 가장 많아 ‘위원회 공화국’이라고 할 만하다.

관료사회란 아무래도 눈앞의 현안에 매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발 떨어져서 장기 국정과제 개발을 도와 줄 자문기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이처럼 많은 위원회는 정상이라고 하기 어렵다. 더욱이 위원회가 자문에 그치지 않고 국가의 주요 정책을 직접 결정함으로써 “부처를 허수아비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그동안 수도 이전과 정부기구 개편을 비롯한 많은 과제들이 모두 위원회에서 결정됐다. 이는 바른 방향이 아니다. 대통령이 약속한 분권형 국정 운영과도 부합되지 않는다. 국정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부처를 6개 팀으로 묶고 부총리 또는 책임장관이 총괄토록까지 해 놓고선 정작 주요 결정은 위원회에서 내려진다면 되겠는가.

위원회의 업무가 중복되고 위원들 대부분이 대선 당시 자문교수단이나 인수위 출신으로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사람들이라는 점도 여전히 문제다. 다양한 의견 수렴을 기대하기 힘들고 결과적으로 현실과 유리된 국정과제나 로드맵이 나올 가능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축소, 정리하는 것이 옳다. 마침 100대 국정과제도 결정됐다고 하니 불요불급한 위원회는 과감히 통폐합해야 한다. 인원은 물론 연간 예산도 500억원이 넘을 정도로 크게 늘었지만 국정감사도 받지 않는 이 ‘내각 위의 내각’이 오래 갈수록 정부의 정책 결정과정을 훼손하고 효율성을 떨어뜨리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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