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강국’ 일본… 소리 안나게 주도면밀한 외교

  • 입력 2004년 9월 15일 18시 38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6월 이사회에서 일본에 대한 사찰 축소를 결정하자 일본 정부는 “핵 시설을 투명하게 관리해온 노력이 국제사회의 공인을 받은 것”이라며 반색했다.

그러나 일본의 ‘핵무장설’을 끊임없이 제기했던 중국과 북한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본의 핵 기술이 세계 최고수준일 뿐 아니라 플루토늄의 보유량이나 원자력 설비 등이 핵보유국에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52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 중인 일본은 미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 3위의 원자력 대국이다. 현재 건설 중인 발전소도 5기에 이른다.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시설을 갖추고 있는 핵연료 생산국으로 자국 내에 5.4t, 해외에 33.4t의 플루토늄(2002년 기준)을 갖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핵무기를 1만기 이상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우라늄 농축 공장의 용도를 변경하면 핵무기용 고농축 우라늄(HEU)도 생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일본이 비(非)핵보유국이면서 ‘핵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선 것은 1967년 상업용 원자력 발전을 시작한 이래 미국을 상대로 집요하게 펼친 ‘핵 외교’의 개가로 평가받는다. 한국 정부가 1992년 한반도비핵화선언을 하면서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기술을 자진 포기한 반면 일본은 “원자력 에너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고 미국을 설득해 핵연료 재처리시설을 운영해도 좋다는 양해를 얻었다. “세계 유일의 피폭국으로 핵의 가공할 위력을 경험했는데 핵 보유를 시도할 리가 있겠느냐”는 논리도 먹혀들었다.

IAEA가 일본내 원자력 시설에 대해 매년 5차례씩 사찰을 벌일 때도 관련자료를 충실히 제공해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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